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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는 법 잃어버린 아이들 ②] 성인은 입장불가…어른처럼 ‘10대 춤클럽’ 갑니다
술 대신 콜라 마시며 즐겨…스트레스 해소 장소 인기
청소년 비행 공간 변질 우려에 부모들 불안 확산
“여가 빈곤 시달리는 아이들, 기성세대와 닮은 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콜라만 마셔도 취하는 것 같아요. 시험 스트레스 풀러 가는 거죠.”

최근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청소년 전용 클럽’이 인기를 끌고있다. 청소년 클럽은 1999년생부터 2005년생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며 주류 대신 탄산 음료를 마시며 즐긴다. 이곳에서는 술 대신 콜라를 마시며 춤을 춘다. 어른들의 클럽 문화를 그대로 모방한 청소년 유흥문화라는 점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자기만의 취미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청소년이 많다는 점이다.

“그 동안은 어른들 노는 곳밖에는 갈 데가 없었다. 우리가 놀 수 있는 곳도 없었는데 전용 공간이 생겨서 인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청소년클럽을 찾은 이채영(18) 양은 어른을 위한 유흥 문화는 넘쳐나지만 청소년을 위한 여가 문화는 부족하다고 항변했다. 청소년클럽은 일탈과 비행을 위한 공간이 아닌 평범한 스트레스 해소장이라는 것이다.

고등학생 송현지(18) 양은 어른들과 다르게 놀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솔직히 다녀보고 싶은 학원이 많다. 댄스 학원도 다녀보고 싶지만 지금 다닐 수 있는 건 국영수 학원 뿐이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날 몇시간 내로 ‘짧고 굵게’ 즐길 수 있는 차선이 청소년클럽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지적한 청소년의 ‘빈곤한 여가 문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여가시간을 TV시청(59.5), 컴퓨터게임 인터넷 검색 등(48.5%), 휴식활동(42.5%) 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틈만 나면 TV와 인터넷에 빠지만 경우가 대다수지만 청소년들이 정말 하고 싶은 여가활동은 따로 있다. 같은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활동이 관광ㆍ문화예술 관람ㆍ취미 및 자기개발 활동이라고 답했다. 시간적ㆍ물리적ㆍ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정말 재밌어보이는 활동대신 TV와 인터넷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하지만, 여건만 된다면 활동적인 여가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뜻이다.
[사진=유튜브 ‘이슈왕 TV’ 채널 캡처]

이같은 현실에도 청소년클럽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중학생 자녀를 둔 조수정(39ㆍ가명) 씨는 “술이나 담배만이 유해한 문화는 아니지 않냐. 클럽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도 없어 불안하다. 우리 아이가 클럽에 가겠다고 하면 당장 말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모르는 상대방과 테이블에 합석하거나 따로 2차를 가자며 나와 노래방 등으로 향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는만큼 청소년 비행 공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소년클럽 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성인도 청소년도 일과 학업에 빠져 놀 줄 모르는 세태가 청소년 놀이문화의 빈곤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홍대 청소년클럽 웨이브에 붙어있는 술ㆍ담배 반입 금지 경고문. 현재는 리뉴얼 준비로 임시 휴업한 상태로, 인천점만 신규 영업 중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이 교수는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에 위탁되는 한국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놀이문화가 있을리 없다. 반면 부모가 오후 3시 30분이면 퇴근해 다양한 놀이와 스포츠를 함께하는 외국 사회는 아이들의 취미도 다양하고 소소한 파티 문화도 자연스럽다”며 “청소년클럽은 어른인 관리자가 해당 문화가 비행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책임지는 일이 가장 중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빈곤한 청소년 놀이문화 자체가 풍성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같은 날 만난 고등학생 정진형(17) 군이 “청소년클럽 들어는 봤는데, 야구 시즌이라 야구보러 다니기도 바빠요. 청소년클럽 갈 시간이 없어요”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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