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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1년-집회의 자유] 문턱 낮춘 청와대 앞 1인시위자들…“배려받는 기분이에요”
-1년간 경찰 ‘집회 금지통보’ 단 1회 ‘상전벽해’
-문턱 낮춘 靑 앞…시위자들 경찰에 감사 표시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2016년 10월 말부터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는 경찰의 집회ㆍ시위 대응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 대응 기조는 유연해졌다. 경찰은 집회ㆍ시위를 ‘관리’ 또는 ‘통제’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국민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또 청와대 코앞 1인시위가 보장될 만큼 집회ㆍ시위의 문턱은 낮아지고 있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집회 금지통고 단 1차례…경찰 “집시 자유 보장”=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문 정부 1년 동안(2017년 5월~2018년 3월) 집회신고는 2만6638건에 달했지만 경찰의 금지통고는 단 1차례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마지막 3년간(2014년 5월~2017년 3월) 연평균 집회신고 4만8880건, 금지통고 151건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보완ㆍ제한ㆍ조건통보도 문 정부 들어 2건 뿐이었고 박 정부(마지막 3년간 연평균 39건)보다 크게 줄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ㆍ시위는 신고나 진행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경찰력 행사를 최대한 절제하는 기조로 바뀌었다”며 “집회와 행진 등을 보장하자면 교통 정체 등 다른 시민 불편이 일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두 권리 사이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청와대 앞은 1인시위 천국=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앞.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던 한모(54ㆍ여) 씨에게 청와대 시위 분위기를 묻자 그의 어두웠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한 씨는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경찰이 밥은 먹고 하느냐 묻는 분위기예요”라면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훨씬 자유로워졌다며 배려를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 때는 청와대가 너무 멀리 느껴졌어요. 이중 삼중으로 막아놓고 못 들어가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매일 시위하는 사람이 안보이면 경찰이 그 분 어디 갔느냐고 걱정해준다니까요.”

사회에서 차별 받고 갈 곳이 없는 발달장애인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정부의 작은 배려에 ‘희망’이 생긴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씨는 “임기 내에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대통령은 조삼모사 격으로 뭔가를 해준다고 안하고 분명 큰 그림을 그리고 해법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만난 1인 시위자들은 문재인 정부 이후 청와대가 사연이 있는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로운 장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날 청와대 앞에는 다양한 1인 시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구청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기 위해, 토지강제수용을 규탄하기 위해, 전 정권 대통령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국가 폭력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이들이 청와대 앞을 찾은 이유는 국가 수반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줄 것 같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 호소하며 좌절을 겪었던 사람들은 결국 대통령을 찾아 이곳까지 왔다. 주거 생존권을 위해 29일째 노숙을 하고 있는 한 1인시위자는 “대통령을 꼭 만나고 싶다. 대통령만이 이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집시 지유는 대통령 덕”=청와대 앞 시위가 자유로워진 것을 대통령 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1인 시위자 김모(52)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 경찰의 집회관리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사실 집회 시위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데도 이것에 감사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 전 정부가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앞 집회 시위에 대해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일단 청와대 인근 집회나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도, 규제하지도 않고 있다. 그동안 집회 시위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보호’의 대상으로 바뀐 셈이다.

청와대 앞에는 시위뿐만 아니라 산책을 하는 시민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분수대 앞에서 김세연(35ㆍ여) 씨가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피켓을 들고 있던 시위자들이 자리를 비켜줬다. 김 씨는 “청와대 앞에서 자유롭게 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당연하고 좋은 일”이라며 “서로 배려하면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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