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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아에 안정감 주려 최선…떠나보낼 때마다 마음 아프죠”
입양아 45명 기른 위탁모 박상매씨
16년간 입양 되기전 아기들 키워
두돌 되기 전에 양부모 손으로…
“거리 청소년·미혼모 보면 안타까워”

“우리 아기들, 길거리 청소년, 미혼모들을 볼 때마다 항상 그들의 부모가 되는 마음이죠.”

어버이날을 앞둔 5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위탁모 박상매(59) 씨는 부모의 사랑이 꼭 한 가지 모습을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위탁모는 입양되기 전의 아기들을 맡아 집에서 키우는 역할을 한다.

박씨는 입양 주선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서 2002년부터 위탁모로 활동하며 현재 생후 19개월, 5개월된 두 아기를 돌보고 있다.

박씨는 “맡아 기르던 아기들을 보낼 때마다 안 보내고 싶지만 될 수 있으면 빨리 보내서 아기들이 양부모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보내긴 보내야 하는데 보낼 때가 되면 ‘왜 이렇게 빨리 가나’ 싶다”고 미소 지었다.

16년간 입양아 기른 위탁모 박상매씨 [연합뉴스]

위탁 아기들은 보통 두 돌이 되기 전 양부모 가정으로 간다고 한다. 박씨는 “헤어질 때면 막말로 말 못하는 아기들 처지에선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만 같다”며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아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매우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아기들을 맡아 키우면서 부쩍 거리의 청소년이나 미혼모들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입양아들의 생부모가 될 가능성이 큰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청소년들의 부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부모가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줬더라면 저렇게까지 많은 아이가 밖으로 나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위탁모로 활동하기 전 과외를 하면서 많은 아이를 가르쳤는데, 부모가 관심을 가진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 떠나서 안정감이 있다”며 “그런 점을 잘 알기에 제게 오는 아기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베풀어 안정감을 주려는 부모의 마음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육아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기들이 보여주는 작은 행동에 감동해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어지는 마음은 생부모와 다르지 않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박씨는 “항상 아기를 위해 뭘 더 해줘야 하나, 저런 걸 해줘야 하나 고민한다”며 “내가 뭔가 계속 가르쳐서 아기가 익히고 발달하는 것을 보면 그 즐거움이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사랑을 줘서 아이가 안정감을 가지고 자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몸은 힘이 들어도 마음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같은 동네의 연배 높은 이웃이 어느 날 아기를 키우기에 처음엔 ‘어휴 저게 웬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위탁모를 하고 있었다”며 “그 길로 복지회에 연락해 시작한 것이 어느덧 16년이 흘렀고, 지금까지 45명을 키워 45번 작별했다”고 돌아봤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위탁이 필요한 아동은 271명, 위탁가정은 228곳이다. 위탁가정 중 쉬는 곳이 32곳으로 196곳에만 위탁이 이뤄지고 있다.

복지회 관계자는 “아동이 위탁가정보다 더 많아 위탁모가 더 필요하다”며 “박상매 어머니 같은 분들의 손길이 더 있어야 입양아들이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호진 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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