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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만약에 소금이 없었더라면…
‘계란 먹고 난 후에야 소금 가져온다’는 네덜란드 속담은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 얘기와 비슷하다.

‘아버지의 가치는 죽고 난 뒤에 알고, 소금의 가치는 없어지고 난 다음에 안다’는 인도 속담은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려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한시외전 내용과 흡사하다.

소금(Salt)이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존재인 부모에 비유될 정도로, 고귀한 가치를 지녔다는 기록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맛의 균형자, 순결, 불변, 의리, 동맹, 반(反)부패 등 의미를 품은 소금은 수천년 전부터 19세기까지 경제의 근간이었고, 정치적 패권을 잡도록 하는 중요한 소재였다.

약 2050년 전 주몽이 한나라의 소금 수급 방해 공작을 이겨내기 위해 티베트 소금산을 개척한 것은 (고)조선, 부여 백성들의 지지를 얻어 마침내 고구려를 건국하는 원동력이 됐다. 신안의 태평염전<사진>은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새 희망이었다.

열정의 외향성에 차이를 보일 뿐 우리와 닮은 구석이 있는 독일엔 소금 관련 잠언이 유난히 많다. ‘상처 부위에 소금을 뿌리다’, ‘소금은 절반의 음식’, ‘소금은 소금통에, 맥주는 맥주잔에’, ‘소금은 보석 중 가장 귀중한 것’, ‘소금과 태양보다 더 유용한 것은 없다’, ‘소금이 없다면 삶에 낙이 없다’….

소금은 귀하기에, 임금 조상들의 제사, 종묘제례에 호랑이 등 형상의 마른소금 덩어리 형염(形鹽)이 제물로 올려졌다.

소금을 아는 것은 문명을 아는 것이다. 정부 기관인 국립민속박물관이 오는 8월19일까지 100일 넘게 소금을 특별전시한다. 멍석엔 문명이 깔리고, 놀이가 얹어졌다. 부모가 아이와 더불어 ‘쉼표있는 삶’을 얻는데 가성비가 높은, 짠물 투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소금같은 아빠’, ‘소금같은 딸’을 약속해 볼 만도 하겠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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