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차단 조치 시급…처벌 강화” 목소리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대학생 송모(23) 씨는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멈칫한다. 혹시 있을지 모를 몰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남자화장실 몰카 사건을 접한 후 이러한 버릇이 생겼다.
송 씨는 “평소 몰카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남성도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선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남녀 불문하고 몰카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대학생 김모(24ㆍ여) 씨도 몰카 걱정에서 예외가 아니다. 평소 여성을 타겟으로 한 몰카 범죄 뉴스를 많이 본 김 씨는 공중화장실을 쓸 때마다 구멍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고등학교 기숙사 몰카 뉴스를 접한 이후 학교 기숙사 시설이나 숙박업소 등 사적인 공간에서도 몰카 걱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 씨는 “기숙사 몰카 사건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믿을 곳도, 믿을 사람도 없는 것 같아 몰카 탐지기 구입을 고민중”이라며 걱정을 나타냈다.
남녀 불문하고 몰카 사건이 잇따라 나오면서 공공장소는 물론, 개인적인 공간에서까지 몰카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남자화장실의 ‘몰래 카메라’ 영상이 올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알려졌다. 홍익대 남성 누드 모델 몰카 사건으로 여성 피의자가 경찰에 구속된지 이틀 만이다.
앞서 지난 9일에는 경기 남부지역의 한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를 불법 촬영한 영상물의 캡처 사진이 미국 SNS 사이트 텀블러에 유포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최초 유포자와 공유자의 아이디 계정을 확인해 추적하는 한편 텀블러 미국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연이은 몰카 사건으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몰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서 처벌 강화 등을 담은 몰카 성범죄 범정부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시민들을 안심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5년차 직장인 조은서(31) 씨는 “정부가 매번 몰카 점검은 물론 처벌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체감한 적이 없다”며 “몰카를 단순한 경범죄로 취급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몰카 피의자 4491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35명(3%)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처벌 강화의 사후 대책보다는 몰카 판매 금지 등 몰카 범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위장ㆍ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 범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청원에 2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청원자는 “넥타이, 볼펜, 물병, 탁상시계, 안경, 벨트 등 수도 없이 많은 초소형 위장카메라가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와 구매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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