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먼저 관세부과 하지 않을것”
WSJ “향후협상 감안 中 눈치작전”
美기업 “친기업정책이 시장 망쳐”

미국과 중국이 오는 6일 동시에 서로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발효를 예정하면서 무역전쟁의 파고가 전례없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보다 시차가 앞선 중국은 ‘선제’ 공격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역전쟁의 ‘핵버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넘어갔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오히려 자국 기업과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중국 국무원은 4일 밤 성명을 통해 “수차례 입장을 명확히 했듯이 중국은 선제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보다 앞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를 발효시키는지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6일은 미중 무역분쟁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이날 0시를 기해 미국과 중국은 각각 340억 달러(약37조9780억원) 규모의 상대방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의 6일 0시가 미국 워싱턴 D.C보다 12시간 먼저 온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발효일을 코앞에 두고 눈치작전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선 미국보다 먼저 관세 부과를 발동시키면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을 재개하기 더 어려워질 것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또 중국은 4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해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는데, 먼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이것이 허언이 되는 셈이다.

WSJ는 양국이 충돌하면 미국 측에선 자동차 업계, 대두 등 환금 작물 생산업체의 피해가 클 것이며, 중국 측에서는 자동차 부품 및 의료기기 수출 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거대한 무역장벽을 없앤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정책이 오히려 미국 기업을 해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4일 전했다.

케빈 스콧 미국대두협회 비서는 “대통령에게 ‘당신이 우리 시장을 망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중국과 멕시코 시장을 잃게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 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중국은 멕시코와 함께 미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이다.

자동차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제너랄 모터스(GM)는 지난달 29일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부과로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제품가격 상승은 수요감소와 직원해고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수출 가운데 40%를 외자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미수출 100대 기업 가운데 70%가 외자기업이다.

애플의 경우 휴대폰의 조립과 생산의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인텔, 델 등 미국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에 팀 쿡 애플 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조립한 아이폰에 관세를 부과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에 관세 영수증을 내미는 순간 미국기업이 그 영수증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