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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식품 사려면 신분증 필요” 실언…‘식료품점’은 정치인의 ‘지뢰밭’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유세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 유세연설…“식료품 살때에도 신분증 필요해”
CNN “트럼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서민 삶 모른다”
WP “아버지 부시ㆍ오바마도 식료품점 함정에 빠져”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민의 일상생활을 알지 못하는 엉뚱한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미국 시민권이 없는 이들의 선거권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연설 도중에 “식료품을 사는 장보기 때에도 사진이 든 신분증(photo identification)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억만장자 대통령이 직접 장보기를 하지 않아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이같은 실언 이전에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많은 정치인에게 ‘식료품점은 지뢰밭’이었다”고 보도했다.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인들의 실언이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 및 하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사진이 담긴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투표자 신분 확인법’(voter ID law)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 수천 명의 지지자 앞에서 “신분증(포토 ID)이 필요 없는 유일한 순간은 투표하려 할 때 뿐”이라며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들의 투표를 허용해서는 안되며 더 엄격한 투표 관련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밖에 나가서 식료품을 사려고 한다면 (자기 모습) 사진이 담긴 카드, 신분증이 필요하다”며 “당신이 밖에선 어떤 것을 사려고 해도 신분증과 사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 언론은 사진이 담긴 신분증은 주류, 담배나 감기약 등 특정 품목을 사려고 할 때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P는 “고급 펜트 하우스에 사는 트럼프가 식료품점의 운영 방식을 모른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라는 반응을 내놨다. CNN은 “트럼프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평범한 사람의 삶을 전혀 모른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최근에 식료품류 또는 다른 어떤 것이라도 본인이 직접 구매한 게 언제인지에 관한 질문에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바코드 장비를 보고 신기해하는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출처=폴리티코 캡처]

WP는 트럼프 외에도 조지 H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식료품점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정치인으로 언급했다. 1992년 당시 조지 H W 부시는 식료품점 계산대에서 바코드 장비를 보고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가 “처음 스캐너를 접해보는 사람”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미 언론들은 “1980년대 바코드 스캐너가 본격 도입되고, 이미 서민의 일상적인 모습이 됐지만 부시에게는 놀라움이었다”고 그를 비난했다. 

아루굴라 샐러드 [사진=게티이미지]

WP는 “가게에 자주 가는 정치인도 식료품점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꼽았다. 오바마는 2008년 미 대선후보 당시 아이오와 주 선거 유세에서 부시 행정부의 경제 위기를 비판하며 채소 ‘아루굴라’(루콜라) 얘기를 꺼냈다. 그는 당시 “지금 홀푸드마켓에서 파는 채소 아루굴라(루콜라)가 얼마나 비싼지 아는가. 사람들은 이걸 사는 데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아이오와 주에는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마켓의 매장이 없었으며, 아루굴라도 미국인이 일반적으로 사먹는 채소가 아니었다. 미 언론들은 “유기농 식품점에서 아루굴라를 사는 것은 평균적인 미국 서민의 삶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루굴라 스캔들을 통해 오바마도 서민의 삶을 알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정치인도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하는 발언으로 종종 곤욕을 치렀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의원은 2008년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토론회에서 버스요금을 묻는 질문에 “요즘은 카드로 타는데, 한 번 탈 때 70원 하나요”라고 답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계란 한판을 3000원’으로 말해, 계란대란 이후 6000원을 넘긴 시세와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며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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