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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황정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미래농업 이끄는 시설원예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수박 한 조각을 먹고 있자니 오래 전 세상을 발칵 놀라게 했던 수박과 관련된 사회적 일화가 생각났다. 과거 수박은 여름철 대표 작물이었다.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에 수박을 먹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1960년 4.19 혁명 당시 시위대가 자유당 정권의 실세였던 이기붕 부통령의 집을 습격했는데 별의별 것이 다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중 최고는 냉장고에 ‘수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수박을 그 봄날에 먹고 있었다는 건 분명 민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는 그만큼 4월에 수박을 먹는다는 것은 세도가나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을 것이고 성난 민심은 이 수박 한 덩이에 분개했다.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과일들이 언제나 지천이다. 이는 우리의 농업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랑할 만한 증거다. 1954년 공업용 폴리에틸렌 필름이 생산되고 1960년대에는 이것이 농업용으로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비닐하우스재배가 이뤄졌다. 그러면서 한여름에만 먹을 수 있었던 수박도 이른 봄이나 가을, 겨울에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시설재배와 품종육종 기술개발 등 농업기술의 발달 덕분에 계절과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국민은 사계절 고품질의 채소와 과일을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설원예는 1970년대에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나무 비닐하우스를 시작으로 최근 30여 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1980년대엔 우리나라 들판 곳곳이 비닐하우스로 덮이면서 ‘백색혁명’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시설재배로 인해 농가 소득은 올라갔고 시설의 현대화와 자동화로 노동력은 절감되면서 농산물 품질은 좋아졌다.

1960년의 온실규모는 전국에 겨우 100ha에 불과했으나 1980년에는 비닐하우스가 약 7300ha, 현재 시설원예 면적은 약 5만4000ha로 확대되었으며 시설재배 농업생산액이 우리나라 전체 농업생산액의 약 11%를 차지한다. 이처럼 시설원예 산업은 기술과 자본이 집약적으로 투입돼 땅이 좁은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적합하여 앞으로도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더욱이 최근엔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면서 농업분야에도 ICT 기술과 시설재배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가 미래농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리도 시설원예 선진국으로서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아시아 시설원예 산업의 중심이 되기 위해 스마트팜 국제경쟁력을 더욱 키워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국민에게 사계절 내내 다양하고 풍부한 먹을거리를 공급해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계절과 지역에 상관없이 늘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구입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식탁에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함께할 수 있도록 관련기술을 개발하는 농촌진흥청과 관련기관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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