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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 무죄’ 남성들도 뿔났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들. 이들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위력이 행사됐지 않다고 했는데, 재판부는 남성 가해자의 말만 존중했고 피해자인 여성의 말은 무시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정세희 기자/say@

주말집회 남성들도 판결 분노 동참
“왜 가해자 말만 듣나…미투운동은 남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피해자가 비서이잖아요. 김지은 씨가 예스(yes)를 외쳐도 그건 예스가 아니죠. ”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性 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보편화 돼 있지 않은지 느꼈어요.”

여전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는 남성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350여 개 여성ㆍ노동ㆍ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주최한 이번 집회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약 2만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엔 남성들도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고 함께 외쳤다. 이들은 사법부의 무죄 판결이 피해자 진술을 무시한 채, 위력을 좁게 해석한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오모(38) 씨는 “피해자 김 씨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사실을 진술했고, 안 전 지사는 처음에는 (성폭력 사실을) 인정했다가 말을 바꿨다. 그런데 사법부는 안 전 지사 편을 들어줬다”면서 “이 자리에는 성별을 떠나 사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이찬우(36) 씨는 “4번이나 성관계를 한 사실과 관련해 일각에선 애정관계, 불륜관계가 아니었느냐고 피해자를 비판하는데 그렇다면 왜 안 전지사는 애정관계였다는 증거 하나 보여주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씨는 안 전 지시가 자신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위력을 갖고 있었는지 일관성있게 진술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성대결로 번지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미투 운동은 남녀가 싸울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친구 3명과 함께 나왔다는 대학생 임모(23) 씨는 “이런 자리에 남성들이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미투 운동은 여성들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가부장제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투 운동을 넘어 일상적 성차별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집회에 여자친구와 함께 나온 직장인 윤기훈(28) 씨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은 성차별이 극단적으로 치달았을 때 생기는 문제다. 여성을 도구처럼 생각하는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집회 참여를 두고 사법부의 불공정한 판결에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남녀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은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차등 적용됐다. 이러한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은 굳이 여성일 필요가 없다”면서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동의할 것이고 그래서 이 자리에 남성들도 많이 온 것이라고 본다. 사실 잘못된 권력의 문제에 공감하며 미투에 동참했던 남성들은 그 전에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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