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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과학책방(이명현 지음, 사월의책)=과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지면서 교양 과학책이 속속 출간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정확하고 아름다운 과학입문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학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천문학자 이명현이 펴낸 이 책은 그가 읽어낸 과학책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녹여 쓴 과학서평에세이다. 오로라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좇은 사진작가 권오철이 보여주는 아름답고 신비한 오로라의 세계와 거기에 닿기까지의 이야기 사진집 ‘신의 영혼 오로라’를 비롯,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마크 코프먼의 ‘퍼스트 콘택트’, 쉽고 친절한 중력이야기인 조진호의 ‘어메이징 그래비티’등 쉰 권의 책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다. 책의 내용, 지식을 전달하는 일반 서평과 달리 과학자로서의 안목과 경험은 물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담아낸 감성이 듬뿍 담긴 자전 에세이로, 서평인듯 서평 아닌 서평이다. 우주와 별, 과학에 다가가는 딱딱하지 않은 길을 만날 수 있다.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손보미 지음, 문학과지성사)=일상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손보미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서는 평온한 일상에 틈입한 어떤 존재로 인해 삶이 미묘하게 바뀌는 양상을 작가 특유의 집요함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단편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은 헤어진 여자친구로부터 고양이들이 자꾸 담을 넘어 집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고양이를 퇴치하러 간 남자의 이야기다. ‘산책’은 밤마다 외출을 나가는 아버지의 집에 딸네 부부가 느닷없이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상자 사나이’는 ‘누구에게나 일생에 한 번은 꼭 배달되는’ 상자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는 갑작스런 밖으로부터 공격의 전과 후다. 주인공들은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의 나, 평생의 습관 혹은 믿음에 의구심이 생기면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여지가 생겨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 우리가 타인을 향한 관심에서 삶은 이어지고 의미를 갖는다는 걸 이야기한다. 한 편 한 편이 짧지만 강렬하다.

▶테스토스테론 렉스(코델리아 파인 지음,한지원 옮김, 딜라일라북스)=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이 많기 때문에 경쟁적·모험적이며,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를 흔히 듣게 된다. 그러나 심리학자 코델리아 파인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 결정적인 인자가 아니며, 환경이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결정한다. 성별에 따른 행동이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기 보다 발달체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파인은 이를 다양한 생물학적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테스토스테론 렉스’란 말은 지금은 멸종했지만 한때 육식동물의 최강자였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에서 따와 지은이가 이름을 붙인 것이다. 파인은 남자와 여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그 근본 원인이 테스토스테론에 있다고 보는 성본질주의가 이제 서서히 멸종해 가고 있다고 본다. 수컷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처럼 생식에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진화에 성공한다는 성 선택 이론의 기본 가정을 따르는 ‘테스토스테론 렉스’는 한 마디로,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식 사고방식이다. 파인은 이런 관점들의 허점을 다양한 실험과 연구사례를 통해 논박한다. 특히 사회적인 성불평등을 생물학적 문제로 환원시켜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이게 하는 허구를 드러낼 때 예리함이 빛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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