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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전국 50만 추정’ 조현병, 40대가 가장 많은 이유는?
지난달 9일 오후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대에서 경찰관이 치료감호 도중 달아났다가 붙잡힌 김모(48ㆍ왼쪽) 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있다. 살인 전과자이자 조현병 환자인 김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께 치료감호 중이던 광산구 한 병원 폐쇄병동에서 달아났다가 이날 오후 1시께 광주 북구 광주과기원 인근에서 붙잡혔다. [연합뉴스]

-지난해 조현병 진료 인원 10만8000명…6년새 7%↑
-“15~25세 발병해도 대부분 40대 이후 치료받는 탓”
-“조기 진단해 약물치료 받으면 사회 복귀할수 있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모친을 살해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10대는 지적 장애인(2급)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19) 씨는 지난 16일 오후 9시55분께 부산 북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어머니 B(49) 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범행 이후 아버지가 귀가하자 “아버지, 사고 쳤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집 밖으로 나갔다. A 씨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인근에 있던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조현병을 앓던 A 씨가 “컴퓨터를 오래 한다”고 꾸중하는 B 씨의 말을 들은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A 씨처럼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약 10만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다만 조현병 유병률이 ‘인구의 1%’라는 점을 참작하면 실제 국내에는 환자 약 50만명의 환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됐다. 환자 중에서는 40대가 많았다. 이는 10~20대 발생한 환자가 해당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기 치료를 받으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연령별 조현병 진료 인원.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조현병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2년 10만1000명에서 2017년 10만8000명으로 최근 5년간 약 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환자는 4만8751명에서 5만129명으로 1378명, 여성 환자는 5만2229명에서 5만7533명으로 5304명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기준으로 보면 지속적으로 매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았다.

조현병 유병률을 고려해 봐도 현재 집계된 환자 수는 현실과 다른 수치라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유병률은 지리적ㆍ문화적 차이와 관계없이 전세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로 일정하게 나타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약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가 소폭 늘어났지만 유병률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며 “실제 환자가 늘었다기보다는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향상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진료 인원 성별 분포를 보면 남녀 비율은 40대까지 비슷하다, 50대 이상부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아졌다. 전체 환자 중 40대(2만8694명ㆍ26.7%)가 가장 많았고, 50대(2만3066명ㆍ21.4%), 30대(2만589명ㆍ19.1%) 순이었다. 남성과 여성 모두 40대 환자의 비중이 가장 컸다.

남성은 ▷40대(1만4801명ㆍ26.7%) ▷50대(9745명ㆍ21.4%) ▷30대(1만430명ㆍ19.1%), 여성은 ▷40대(1만3893명ㆍ29.5%) ▷30대(1만159명ㆍ20.8%) ▷50대(1만3321명ㆍ19.4%) 순이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현재 40대 환자의 경우 이전에 발병한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며 통계에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현병은 대개 15~25세 사이 발병하며, 40대 이후에 조현병이 처음 발병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15년 정도 기대 수명이 짧은 것으로 보고돼 고령층 환자도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년간 조현병으로 인한 전체 진료비는 3619억원으로 보고됐다. 72.4%가 입원 진료비(2620억원)에 해당한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적 질환을 말한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으로 통칭됐다. 조현(調絃)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 교수는 “조현병은 사회적 인식과 달리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받으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면서도 “치료 적기를 놓치거나 임의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조현병이 만성화돼 사회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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