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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지구적 이슈, 난민…유럽 작가의 눈…
프란시스 알리스 ‘페인팅’, 파나마 운하지대 2008, 행위를 기록한 영상, 컬러, 사운드, 8분 30초. [제공=아트선재센터]
프란시스 알리스·셰자드 다우드
유럽출신 이민자 작가 첫 한국전
“이민은 본능…임의로 막을수 없다”

예멘인 500명 난민 수용싸고 논박
한국인 고민에 작은 출구될지…


우리는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럽의 심각한 사회문제라고만 생각했던 난민이 이제 대한민국의 핫 이슈로 등극했다.

지난 봄 예멘인 500여명이 단체로 제주에 난민 입국하면서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이들 때문에 한국사회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반박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은 난민문제에 이제 고민을 시작했지만, 우리보다 앞서 난민과 맞닥뜨린 유럽 사회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가 열린다.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이민자’로 살았다.

서울 삼청동 아트선재선터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프란시스 알리스(59)와 바라캇 서울에서 첫 한국전을 여는 셰자드 다우드(44)의 이야기다. 프란시스 알리스는 벨기에에서 태어나 1980년대 중반 이후 멕시코로 이주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 셰자드 다우드는 영국 런던 출신이지만 부모가 파키스탄-인도계로 이민 세대다. 이들의 난민에 대한 접근 방식과 작업 방향은 사뭇 다르다. 다만 난민 혹은 이민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프란시스 알리스는 “이민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원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는 건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기도 하고요. 정부가 임의로 이를 막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문화적으로 화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리고 이민자나 난민들이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곳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하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셰자드 다우드도 “난민은 전 지구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이슈 중 하나”라며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역사적 관점에서 난민을 이해하면 이런 현상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프란시스 알리스의 작업은 이민과 난민을 촉발하는 국가간 ‘경계’가 인위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으며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미국 정부의 엄격한 이민정책과 입국심사에 반발해 미-멕시코 국경을 건너는 가장 먼 길을 택해 세계 일주를 떠나는 ‘루프’(1997) 프로젝트를 비롯 하바나와 키웨스트 어민들이 양쪽 해안에서 각자 출발해 어선으로 해상 다리를 만드는 ‘다리’(2006), 신발로 만든 배 모형을 들고 스페인과 모로코 아이들이 양쪽 해안가에서 출발 수평선에서 만나는 시도를 한 ‘지브롤터 항해일지’(2008) 모두 같은 맥락이다. 지도에서 굵은 ‘선’으로 표현되는 국경은 사실 거대한 땅, 바다, 산이다. 나눌래야 나눌 수 없어 그 구분이 무의미하다. 프란시스 알리스의 작업은 이같은 사실을 매우 시적으로 은유한다. 아이들이 만든 신발 배와 어민들의 배로 만든 해상 다리는 그 굵은 ‘선’을 지우는 가장 인간적이고도 아름다운 퍼포먼스다. 

셰자드 다우드, 섬, 캔버스에 천, 아크릴, 혼합재료, 198×286cm, 2018 [제공=바라캇 서울]
셰자드 다우드는 이민과 난민문제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그는 ‘리바이어던’(2017~)프로젝트를 통해 이 시대의 긴급한 문제를 조망한다.

기후변화, 해양 복지, 민주주의, 정신 건강 등 현시대의 문제를 놓고 여러 전문가와 연계를 통해 그 연결고리를 탐색한다.

작가는 “난민만 따로 떼놓고 본다기보다 사회 생태계에서 여러 문제들이 서로 어떻게 겹치고 영향을 주고 받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라캇 서울에서 공개한 신작은 리바이어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상작업과 조각, 페인팅을 포함한다. 작가는 한국 설화 ‘연오랑 세오녀’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페인팅도 선보인다.

바위에 실려 일본에 건너간 어부 연오랑을 찾던 아내 세오녀가 남편의 신발을 바위에서 찾았던 장면에서 착안해 신발을 ‘잃어버린 난민의 소지품’으로 재해석했다.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으로 가는 바닷길에 사망한 난민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소지품을 베네치아의 수공예 천인 포르투니 위에 그린 연작과 연계된다.

두 작가 모두 올해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다. 셰자드 다우드는 클라라 킴의 큐레이팅으로, 프란시스 알리스는 정연심 큐레이터 섹션에 출품했다. 광주비엔날레 전 미리 이들의 작업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프란시스 알리스의 개인전 ‘지브롤터 항해일지’와 셰자드 다우드의 ‘리바이어던 : 흑점과 고래’전 모두 11월 4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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