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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야기가 두려웠는데 이제야 나를 바라본다”

  • 기사입력 2018-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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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남, 자화상 Self-portrait, 2017, 한지 위에 분채, 93x137cm [제공=학고재갤러리]
윤석남, 4일부터 학고재갤러리서 개인전

책이 가득 찬 책장 앞에 작가가 앉았다. 책장 상단엔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이, 걸터 앉은 작가의 무릎 아래엔 아끼는 미술책과 모아둔 잡지들이 쌓였다. 읽던 책과 안경을 내려놓고 화면을 응시하는 강직한 눈빛과 당당한 자세가 인상적이다. 백발의 머리와 주름 가득한 손에서 겨우 나이를 읽는다.

1세대 페미니즘 작가 윤석남(79) 화백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 신관에서 열린다. 전시엔 3년전부터 새롭게 시작한 채색화(민화) 자화상 연작과 설치작 ‘핑크룸’이 선보인다. 팔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작가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머니를 주제로 여성을 다루어 왔으나, 이제는 자신을 캔버스에 내세웠다. “내 이야기 하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워 어머니를 그렸다”는 작가는 “이제야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10년 전 한 전시에서 한국 전통 초상을 만난 뒤 고민 끝에 채색화에 뛰어들었다. 작가는 “민화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원색을 쓰는데도 유치하지 않고 아름다우며 생기가 넘친다”며 “더 오래 살아서 더 좋은 그림을 많이 하고싶다”는 바람까지 내비쳤다.

30대에 뒤늦게 시작한 그림은 윤 화백에겐 중산층의 틀에 박힌 삶, 그것에 좀먹어 들어가는 영혼에 대한 치유이기도 했다. “남들 볼 때는 남편이 돈 잘 벌어다주는 안정적인 삶인데 나는 그게 그렇게 숨이 막히고 불안했다.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깬다.”

자의식이 강했던 작가는 그렇게 그림에서 구원을 얻었다. 핑크룸 연작은 이런 불안함에서 출발했다. 1996년 처음 시작한 이래 이번이 5번째 설치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감정이 말할 수 없도록 상충된 상태”가 날카로운 형광 핑크로 표출됐다. 폭신한 벨벳 소파 다리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렸다. 불안했던 작가의 심리상태와 욕망이 읽힌다.

윤 화백이 처음부터 여성주의로 분류된 건 아니었다. “페미니스트? 1979년 4월 첫 전시를 했는데 그때는 여성주의, 페미니즘 말 자체도 어색했다. 그냥 ‘여성’으로 살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1985년 김인순, 김진숙과 함께 ‘시월 모임’을 결성,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여성 미술가로서 의식과 실천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성신문을 창간하고 여성문제를 탐구하는 등 여성주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양의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내가 왜 이런 의식을 하게 된 것일까를 알게 됐다. 아마 그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흐지부지 살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영국 테이트미술관 컬렉션에 윤 화백의 작품이 소장되면서 그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가부장적인 동아시아 문화 속에 반기를 든 페미니즘 움직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로 꼽힌다.

이른바 ‘아시아 페미니즘 대모’인 그가 바라보는 한국 젊은 여성의 삶은 어떨까. 영 페미니즘, 미투(me too)를 보는 그의 시각은 마냥 편한 건 아니다. “세상이 겉으론 바뀐 거 같은데, 실제로 그럴까?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때랑은 많이 달라졌지만 회사 다니랴 애 키우랴 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면 가슴 답답할 때가 많다.” 희미한 한 숨 끝에 윤 화백은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살면 된다”고 강조했다. 격동의 한국을 ‘여성’으로 살아온 팔순 할머니의 조언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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