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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자연인이다’, 만 6년 넘기고도 계속 자연인이 나오는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자연 다큐멘터리 MBN ‘나는 자연인이다’가 만 6년을 넘겼다. 9월 5일 312회를 방송했다. 지금까지 312명이 나왔다는 말이다. 자연인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1~2년 지나면 섭외부터 막힐 줄 알았다. 하지만 전국 산마다 자연인들이 들어가 살고 있었다. 한번 가면 2박3일 촬영한다. 이승윤과 함께 공동 MC인 윤택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 160곳 정도 다녔다. 자연인은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산 입구에서 2시간이나 걸어 들어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종편의 스테디 셀러다. 시청률이 꾸준히 올라 올해 1월 7%를 돌파했으며, 평균 6% 정도는 된다. 윤택은 곧 8%를 찍을 것이라고 한다. 자연 속에서 솔직하게 살아온 한 인물의 삶을 진정성 있게 보여줘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대리만족을 주면서 참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의 라이프 스타일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방송산업계에 새로운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자연인들이 나올까? 윤택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내가 출연 7년차다. 자연인들을 만나보면 3년차, 5년차들이 많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고 산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프로그램이 10년이 되면 6, 7년차 자연인이 많을 것이다. 은퇴 세대가 많아지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다. 자연인 선배들이 후배를 가르치는 셈이다. 주말에는 재방송을 하루에 55회나 하더라.”

윤택은 앞으로도 자연인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인구중 1971년생이 가장 많다고들 하는데, 이들도 이제 중년화됐다. 너도나도 이제 좀 쉬고싶다고 한다. 휴식이 없으면 재생이 안된다. 귀농, 귀촌과 귀소본능 등을 생각할때 자연속 라이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윤택에게 자연인에 대해 본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자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던가? 아니,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하던가?

“내려놓기다. 제일 힘든 게 내려놓기다. 누구나 집착과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경제, 사회 활동, 가족관계에서 전부는 아니라도 권위나 체면을 어느 정도 내려놨기 때문에 자연인으로 살겠다는 결단을 할 수 있다.”

윤택은 내려놓기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듯했다. 돈과 재산을 계속 모으면 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 본말이 전도된다고 한다.

“자연인은 종교와 상관 없이 무소유를 지향한다. 어떤 자연인의 집이 자그만했다. 제가 옆에 창고라도 지을 수 있지 않겠냐고 하자, 지으면 채워야 한다고 했다. 아아~ 역시 고수구나. 내려놓고도 행복해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윤택은 자연인의 전직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자연인 대다수는 아파서, 사업이 망해서,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아 산속에 들어왔다. 하지만 하나 같이 인생의 고비를 맞게 되면서 비로소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인간은 원래 자연에서 살았다. 하지만 돈을 벌고 꿈과 야망을 이루기 위해 도시의 콘크리트 환경에 들어간 거다. 좋은 공기, 맑은 물을 접하고 나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자연인들은 인생의 고비를 오히려 행운이라며 고마워 한다. 그 순간의 고통이 없었다면 지금도 높은 지위에 고급 차, 좋은 집, 고급 술 마시는 것 등을 행복이라고 여기면서 살고 있었을 거라고 했다.” 


윤택은 붙임성이 좋다. 인사를 잘한다. MBN ‘개그공화국’(2012년)을 할 때 윤택이 인사를 잘하고 캠핑, 등산을 좋아한다는 성향을 알게된 국장이 ‘나는 자연인이다’에 캐스팅했다. 삼형제중 막내인 윤택은 아웃도어 라이프를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지하철을 타면 아줌마와 잘 얘기했다.

“저는 자연인과 음식을 먹을 때 앞자리가 아닌 옆자리를 선호한다.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서다. 마음의 상처는 잘 안보이지만, 외형적 장애는 바로 보인다. 나는 서스럼 없이 ‘언제 다쳤냐’고 묻는다. 대다수는 이 질문을 하고 나면 급속도로 친해진다. 손가락이 잘라진 부분을 잡아주기도 한다.”

윤택은 이제 자연인을 만나러 가는 걸 즐긴다. “갈 때마다 새롭다. 희귀 악초를 만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구분하는 게 헷갈렸으나 7년차가 되니 알 것 같다. 자연인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독특한 운동, 겨울 입수, 자신만의 명상법, 건강 관리,생식법, 자고나면 하는 운동 등 개성들이 다 다르다. 골프 스윙 폼이 골프인구수만큼 있다고 한다. 폼이 이상해도 공은 앞으로 나간다. 마찬가지도 자연인도 각자의 삶이 있다. 그런 것을 자기만의 공화국으로 만들어나간다. 그게 가장 편하니까.”

윤택은 서울에 살지만 매주 찾는 양평 주말농장에서 작은 행복을 누린다. 모두 자연인 덕분이다. 그는 “며칠간 잠이 안온다. 싹이 언제 나올지, 잡초는 언제 뽑아줘야 할지를 생각한다. 잎사귀가 나오니 눈물이 나더라. 그런 작은 행복은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하면서 내려놓기와 나눔을 배우고 있다는 윤택은 과거 한박자 느린 코미디인 ‘택아’ 캐릭터로 글로벌 투어를 계획하고 있고, 귀농, 귀촌인을 위한 1인미디어 ‘윤택의 캐빈 라이프’도 준비하고 있다. 정말 행복해보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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