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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ASMR에 대중들이 빠져드는 까닭

  • 기사입력 2018-09-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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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점심을 먹고 잠시 난 짬. 눈을 감고 리시버로 들려오는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는다. 그저 소리일 뿐이지만 그 청각적 자극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가라앉혀주는 힘을 발휘한다. 머릿속으로는 자연스럽게 언젠가 갔었던 휴양림 냇가의 한 풍경이 떠오른다. 그 기분 좋았던 서늘한 공기와 머리가 쨍하게 차갑던 물의 청량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만 같다.

아마도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을 아는 분들이라면 이런 경험이 남일 같지 않을 게다. 이른바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라 불리는 이 소리들을 우리는 SNS를 통해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무료 앱 중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됐던 것도 바로 이 ASMR 앱이었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빗 내리는 소리, 장작이 타는 소리 같은 것들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그 앱은 잠 못 드는 현대인들의 잠자리에서 그 불면을 다독이곤 하던 소중한 기능을 제공했다.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지만, ASMR은 이른바 ‘백색소음’으로 불리며 수면 유도나 심리적 안정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한다. 실제로 사물을 살짝 두드리거나 문지르고 입으로 속삭이는 여러 소리들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ASMR을 듣고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하나 둘 ASMR 콘텐츠들은 대중들의 호응을 받으며 점점 많아졌고, 뽀모 같은 국내의 ASMR 선구자는 무려 15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로 유명해졌다.

이러한 ASMR의 인기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침투해 들어왔다. 나영석 사단이 만든 <숲 속의 작은 집>은 숲 속에서 생활하는 소지섭과 박신혜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보여줬는데, 조용한 숲 속에서 들려오는 장작 타는 소리, 종이에 글씨 쓰는 소리 등이 주는 편안함을 담아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같은 경우에는 백종원이 동남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거기 나는 음식들을 소개했는데,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그걸 먹는 장면까지 ASMR이 활용되었다. 듣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소리를 들려줬던 것.

사실 이러한 청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는 사실은 1981년 MTV가 개국하면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고 선언했던 걸 떠올려보면 놀라운 변화다. 당시만 해도 시각의 시대가 온전히 청각을 몰아낼 것이라 여겨졌었고, 라디오 같은 매체는 사라질 것이라 예견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라디오는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그 영역을 확장했고, 시각의 끝판왕이라 여겼던 극장의 진화는 이제 ‘실감’을 주기 위해서는 ‘청각’을 되살려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표피적인 자극에 머무는 시각보다 보다 심도 있는 자극을 주는 청각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각의 시대’를 자극하는 건 과도하게 쏟아져 나오는 영상들과 소음들이 만들어내는 피로감과 무관하지 않다. 너무 많은 것들이 눈을 자극하고 있어 이제는 그것들로부터 눈을 질끈 감고픈 욕망이 더 커졌다. 삶이 시끌벅적해질수록 우리는 점점 조용한 곳을 희구하게 되었다. 한 때는 너무 조용해 고립되는 듯한 불안감을 만들었던 오지가 이제는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고픈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곳으로 바뀌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어찌 소음뿐이겠나. 뉴스만 틀면 나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건사고들을 접할 때마다, 귀를 막고 자신만의 소리에 집중하고픈 건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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