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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현실 꿰뚫은 시선

  • 기사입력 2018-09-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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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과 사가 아닌 병원의 생과 사를 다룬 차별화된 시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감시와 처벌-감옥의 역사’를 쓴 미셸 푸코는 근대 이후 권력이 첨예하게 작동하는 공간으로 감옥과 병원, 학교, 군대 등을 꼽았다.

예비환자인 우리는 권력이 첨예하게 작동하는 장소인 병원이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고, 영리화가 초래할 문제점 등에 직면해있다. 이런 문제는 의료 소비자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냉철하고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지난 16회로 막을 내린 JTBC 월화극 ‘라이프(Life)’는 사람의 생과 사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 침투에 의한 병원의 생과 사를 다룬 차별화된 시선으로 새로운 의학드라마의 모습을 보였다.

 물론 너무 많은 사안을 다루느라 산만해진 부분이 있다. 이 여러 사안들이 잘 연결되고 수렴돼 긴장감을 주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 예진우(이동욱)-선우(이규형)와 이노을(원진아) 캐릭터가 별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최서현 기자(최유화)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미진하고 실망스러운 분분들이 있었음에도 조승우 유재명, 염혜란, 문성근, 천호진 등 연기 고수들의 열연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규정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이 신념과 이익, 현실적인 선택에 따라 대립하고 규합하는 과정의 연기를 잘 보여주었다. 여기서 드러난 문제들은 모두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는 묵직한 여운을 던졌다. 

구승효 총괄사장(조승우)이 상국대학병원에서 해고된 날, 의료진의 앞에서 “(병원이) 얼마나 버틸 것인가? 기본이 변질되는 걸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들 손에 달린 거겠죠 이제. 저는 제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학병원 지켜볼 겁니다”라는 당부를 남긴 게 ‘라이프’가 전하는 메시지이자 결론이다.

마지막회에서는 상국대학병원 의료진이 영리화를 막아냈지만 해고된 총괄사장 구승효의 후임으로 화정그룹 회장 조남형(정문성)의 동생이자 의사인 조남정(이준혁)이 부임하며 자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강력한 항원 구승효와 여전히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의 결론으로 움직이는 예진우(이동욱), 이노을(원진아), 주경문(유재명) 등 의료진의 모습이 여운을 남겼다.

‘라이프’는 마지막까지 입체적인 갈등으로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선사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상국대학병원의 최전선을 지키려던 의료진의 결정적인 수와 구승효의 협상력은 가까스로 민영화의 바람을 막아냈다.

끝내 화정의 지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독립재단이라는 대안을 두고 또다시 대립하는 의료진의 모습조차 현실적이었다. 완벽하지도,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도 있지 않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일궈낸 현실적인 결과는 차원이 다른 의학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던 ‘라이프’다운 품격있는 결말이었다.

단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국대학병원 나아가 사회를 향해 던진 질문과 메시지는 ‘라이프’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를 극 안에 충실하게 녹여냈고 결말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환기했다. 중요한 본질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게 ‘라이프’의 방식이었다.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사람이 아닌 병원을 조명한 ‘라이프’는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일상과 맞닿아 있지만 전문지식이 없으면 잘 알 수 없는 폐쇄적 공간인 병원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라이프’는 의료계가 직면한 현실과 잠재된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투약 사고,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등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병원의 문제점과 자본에 잠식당하는 병원의 현실, 영리화가 초래할 문제점까지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치밀한 전개로 풀어내며 결이 다른 드라마로서의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았다.

상국대학병원이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었던 이유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며 갈등하고 이를 통해 병원을 위기에 내몰기도, 지키기도 하며 무엇을 위해,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화두를 던졌다.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여전히 화정그룹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국대학병원과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어떤 가치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라이프’가 던진 질문은 상국대학병원과 다르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유효했다. ‘라이프’가 드라마 이상의 여운과 울림을 남긴 이유다.

한편, 마지막까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 ‘라이프’는 최종회 시청률이 전국 기준 5.6%, 수도권 기준 6.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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