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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명절의 왕’ 굴비 엮는 손길 더 바빠졌죠”
‘영광 법성포 굴비’ 생산현장 르포
선물한도 상향…수요회복 기대감
3회 세척·해썹인증 등 위생 강화
롯데百, 직매입으로 가격 안정화
올 추석매출 작년比 24.5% 증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돼 명성이 높았던 ‘영광 법성포 굴비’. 명절선물 왕좌를 공고히 지켰던 영광굴비의 위용이 예전같지 않다. 최근 몇년간 참조기 어획량이 줄면서 굴비 가격이 오르자 자연스레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이 가운데 올해는 어획량이 소폭 늘고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금액 한도가 10만원까지 상향되면서 매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읽힌다.

추석을 열흘 정도 앞둔 지난 13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굴비 생산업체 ‘법성포 참맛’을 찾았다. 

으레 떠올릴 법한 노상에서 굴비 말리는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외부 먼지가 붙거나 날벌레가 알을 까는 등 위생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로 작업장을 옮긴 것을 제외하고는 천일염에 염장하고 엮걸이(10마리 단위로 묶는 일) 포장하는 등의 전통 방식은 묵묵히 고수했다. 영광 법성포 굴비의 명성을 쌓아온 조상들의 작업 방식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따른 것이다.

이날 작업장에 들어서자 참조기가 잔뜩 담긴 박스부터 눈에 띄었다. 첫 작업인 해동된 조기를 무게에 따라 선별하는 일은 기계의 몫이다. 분류된 조기는 염장 작업에 들어간다. 굴비 맛을 결정하는 핵심 작업이기 때문에 숙련자가 일일이 손으로 소금을 쳤다. 굴비는 1년 이상 간수가 충분히 빠진 천일염을 사용해야 쓴맛이 덜하다. 이곳 작업장에선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공수해 쓴다. 덕분에 쓴맛은 물론 짠맛도 줄여 염분 높은 식품을 꺼려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어지는 엮걸이, 세척 등도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작업장 한켠에선 수년, 혹은 수십년 굴비를 엮었을 법한 숙련자로 보이는 직원들이 바쁜 손놀림으로 굴비를 엮어냈다. 엮어진 그대로 세척한 뒤 살이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건조한다. 이후 영하 35도에서 급속냉동시키면 선물세트로 출격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엮걸이 굴비는 대개 백화점 판매용이다.

전 작업 과정을 통틀어 세척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석영 법성포 참맛 전무는 강조했다. 자칫 이물질이라도 발견될 경우 해당 업체는 물론 법성포 굴비에 대한 신뢰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생을 위해 정제 해수로 3회 세척하는 것은 물론 포장 작업 전 금속 검출기도 거친다. 이처럼 위생 관리 수준을 높이면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CCCPㆍ해썹)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올해 참조기 어획량이 다소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가격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조희돈 법성포 참맛 대표는 “작년 평년 기준보다 (어획량이) 늘긴 했지만 소량인데다 올해 말까지 계속 더 잡힐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예상만큼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롯데백화점 신선식품팀은 합리적인 가격에 굴비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법성포 산지를 10여차례 이상 오가며 업체를 물색했다. 품질과 위생에 중점을 두고 업체를 선별한 끝에 법성포 참맛 측과 직매입 계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백화점업계에서 명절 선물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현호 치프 바이어는 “영광 내에 가공업체가 500여곳 넘게 있지만 의무 적용이 아닌 해썹 인증을 획득한 소수 업체 중 하나라는 점에서 (법성포 참맛의) 신뢰성 부분을 크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산지 직매입해 상품을 구성하면서 롯데백화점은 일반 상품에 비해 20~25% 저렴한 가격(동일 규격 기준)에 굴비 선물세트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올 추석 굴비 선물세트 매출(추석 D-24, 8월 31일~9월 13일 기준)은 지난해(2017년 9월 10~23일)에 비해 24.5% 신장했다.

영광(전남)=이혜미 기자/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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