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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백령-대청의 신비
신(神)이 한라산을 만든 뒤 자는데 누군가 콧털을 건드려 깨자, 산꼭대기를 걷어차 백록담이 생기고, 머리꼭지는 날아가 산방산이 됐단다. 지질학적 신비는 스토리를 만든다. 제주의 지질 나이는 180만년이다.

연천은 100만년 된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청송은 ‘1억년 바위 마술’로 불린다.

이에 비해 백령도-대청도는 무려 10억년이나 된 큰형이다. 앙코르와트 혹은 금강산 만물상을 닮은 백령도 두무진 암석은 바다 모래와 진흙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신의 작품이다. 물결무늬, 사층, 건열(불규칙한 다각형) 등 신비한 지질 현상을 볼 수 있다.

대청도 농여-미아 해변엔 나이테 바위를 중심으로, 바다 지나 백사장 있고, 백사장 지나 다시 바다가 나오는 파란만장 요철의 풀등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세찬 바람으로 근해까지 모래가 밀려와 수중 모래절벽을 만드는 사이, 조수간만의 차 보다 수심 낮은 곳은 울퉁불퉁해진 것이다. 밀물때 바다와 바다가 만나는 모습은 이산가족 상봉 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구 생성 초기, 바다에서 번성한 남조 박테리아로 인해 만들어진 화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 흔적이다.

백령도에는 세계 최대 백사장 자연활주로 사곶해변과 사무치는 파도소리의 콩돌해변, 연꽃마을 등 사실에 어느정도 기반을 둔 심청전 흔적이, 대청-소청도에는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서풍받이 절벽군, 기황후 부부의 자취를 품은 삼각산, 하얀 바윗돌 군락지 소청 분꽃바위 등이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천연기념물 물범도 산다.

제주, 연천, 청송, 강원도 DMZ, 울릉도-독도 등 10곳이 국가지질공원인데, 유네스코 자연유산급 백령-대청이 국내 지질공원 인증 조차 받지 못한 것은 순전히 남북 대치 상황 때문이다. 지질공원 지정이 낙관적이란 소식은 뒤늦었지만 다행인, 평화의 선물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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