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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배우라? 이게 취업난 해결책입니까”
취업 실패 원인은 구조적 문제
주변 왜곡된 시선, 취준생들 고통


#. 서울 성북구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안모(28) 씨는 2년반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계속된 실패에 낙담하고 있던 그에게 친척은 “대기업만 가려고 하지 말고 눈을 낮춰보라”는 충고를 던졌다. 그러나 그가 눈을 낮추는 노력을 안한 게 아니었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채용공고도 열심히 들여다봤다. 하지만 대기업과 현저히 차이 나는 연봉과 복지 수준을 확인하고서는 마음을 돌렸다. 그는 “명문대에 가기 위해서 초중고 내내 열심히 살았고 대학에 가서는 4년내내 수천만원의 등록금을 쏟아 부었다”면서 “이 모든 게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갑자기 눈을 낮추라, 기술을 배우라 하면 그게 쉽게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실패의 원인을 학생들에게 돌리는 왜곡된 시선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이들은 “현재의 취업난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부족을 탓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9월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청년 취업률은 42.9%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이들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 중 하나는 ‘도전하라’는 것이었다. 창업을 하든, 벤처기업에 들어가는 도정정신을 발휘해보라는 기성세대의 충고는 이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취업준비생 김영주(27) 씨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면서 외환위기 때 집안이 어려워진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언니가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서 출산휴가는 절대 못쓴다는 것을 봤다”면서 “당장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데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려는 건 당연한 것이지 결코 큰 욕심이 아니다. 특히 사회안전망도 없는 상황에서 자꾸 도전만 하라고 하는 건 잘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준비 비용도 계속 늘어나자 오히려 눈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취업준비를 위해 쓴 돈이 수백만원인데 아무데나 일단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노력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효원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구직비용으로 인해 청년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 단기 일자리를 만들 게 아니라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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