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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장애학생 폭행 교사, 학교 학폭위는 ‘체벌’ 결론…학부모 ‘분노’
장애학생 아동학대 혐의로 담임교사 이모(46) 씨 등 교사 12명이 검찰에 송치된 교남학교에서 작성한 학폭위 통지서. 학교 측은 학폭위 소집 결과 해당 사건을 ‘체벌’이라고 결론 지었다. [독자 제공]
-교남학교 ‘학폭위 결과 통지서’ 살펴보니
-교사 구속됐는데도 “교육적 수단” 적시
-학부모들 “학교 책임 회피하는 것” 분노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장애학생 폭행 사건이 발생한 장애인 특수학교 교남학교가 자체 조사에서 해당사건을 폭행이 아닌 ‘체벌’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 교사는 지적장애 학생을 발로 걷어차고 빗자루로 수차례 때리고 주위에 있는 선생님들은 이를 방치에 검찰에 넘겨졌는데도 학교에서는 ‘교육적 목적’에 의한 행동이라고 본 셈이다. 이를 두고 교사에 대한 징계를 내리고 학교 폭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학교가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서울 강서경찰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교남학교 교사 이모(46) 씨를 지난 2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씨는 총 12차례에 걸쳐 피해 학생들을 발로 걷어차고 빗자루로 때리거나 물을 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교사 오모(39) 씨 등 11명은 학생을 폭행하거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의견으로 넘겨졌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해당학교 6학년 담임교사 이 씨가 지적장애 1급과 뇌전증을 갖고 있는 피해 학생을 밀치고 때린 뒤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가는 게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는 이같은 폭행을 ‘체벌’이라고 바라봤다. 2일 본지가 입수한 교남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학교는 학폭위 소집 배경에 대해 “여러 차례 피해 학생들을 교실 등에서 ‘체벌’했다고 하며 강서경찰서가 본교 교감에게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고 서술했다. 아동학대 혐의가 심각해 한 교사가 구속까지 된 상황에서 학교는 끝까지 폭행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다만 학교는 조치에 대해 “교직원 교육을 통한 장애학생 인권존중과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면서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는 경찰 조사에 있기 때문에 추후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남학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지만 담당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문서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고 난 뒤 결과에 대해서 적은 것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학교의 공식 입장을 보여준다. 학교는 교사의 폭행을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행해지는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징계로 해석한 것이다.

폭행을 교육적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학교의 인식에 대해 학부모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교남학교 폭행 사건이 터지자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떠한 이유로든 폭력을 정당화 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자리에서 이들은 끊이지 않는 특수학교 폭행의 원인으로 ‘훈육이나 행동수정이라는 미명하에 폭력을 정당해온 고질적인 지도 행태’를 꼽았다. 그러면서 “장애학생의 도전적인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서는 어쩔 수 없이 체벌과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교남학교 학폭위 결과에 대해 “장애학생을 책임지고 교육해야 할 특수학교가 얼마나 인권 감수성이 결여됐는지를 보여준다”면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특수학교 종사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의무화하고 도전적 행동이 있는 장애 학생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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