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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국민청원 집중점검③]“여자도 군대” vs “남자도 출산”…‘性혐오 전쟁터’ 되다
[사진=헤럴드경제DB]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젠더 이슈’가 다수
-“답변 불성실” 불만 집회로 이어지기도
-청와대 ‘권한 밖 청원 답변 거부’ 등 논의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시행 500일을 앞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성별 갈등의 장처럼 이용되고 있다. 젠더 이슈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에 분노한 남성들이 거리로 나오는가 하면, 젠더 문제를 이유로 특정인을 사형시켜달라는 과격한 청원도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24일,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판결’을 규탄하며 사법정의를 촉구하는 2차 집회가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렸다.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의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판결만큼이나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지방에서 참여했다는 한 참여자는 “유독 ‘유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성범죄 사건에 대한 사법 불신을 청원했지만, 청와대의 답변은 다른 청원과 온도차가 있었다”며 “이런 불만이 모여 결국 집회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3만587명의 참여자가 몰렸다. 강제추행 혐의로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남편이 판결 과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보장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 만인 지난달 12일 청와대는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의 답변에 여론은 오히려 더 들끓었다. 당당위 측은 “33만명이나 되는 국민이 청원에 동참한 것은 단순히 판결 결과를 바꿔달라는 요구 때문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1차 집회를 열었다. 당당위는 “곰탕집 사건뿐만 아니라 성범죄에 있어 무죄추정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여론으로 봐야 한다”며 “청와대가 분노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가자들의 호응도 이어지며 공식 카페 회원은 최근 8000명을 넘어섰다.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벌어지는 성 대결 양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원 게시판 신설 직후인 지난해 8월에는 ‘여성도 군 복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청원도 등장했다. 정부 차원에서 여성들의 군입대 계획을 마련하라는 주장에 12만3000여명의 참여자가 모였지만, 마감 직후 청와대가 ‘20만 명 이상’으로 답변 기준을 확정하면서 답변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반면, “초ㆍ중ㆍ고등학교 수업에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은 21만 명이 동의하며 청와대의 답변을 얻어냈다. “학교에서 어린 남학생들이 여성비하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는 내용의 청원에 당시 청와대는 “젠더 전문가가 포함된 실태조사를 포함해 성 평등 요소를 위한 교육정책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을 이용해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도 반복되고 있다. “여성 경찰을 아예 없애달라”거나 “남성 성범죄자의 무기로 이용되는 무고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남성 성범죄자를 죽여달라”는 등의 과격한 내용의 청원이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출연자에게 “꽃뱀”이라고 한 남성 출연자들 사형시켜 달라는 황당 청원도 등장했었다.

이런 성별 간 과격 양상에 대해 국민청원 게시판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국민청원, 현황과 과제’ 포럼에서 “욕설과 비속어라는 기준 외에는 명확한 운영 규정이 없어 일부 청원자들이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불신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청와대는 청원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청와대는 최근 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는 방안 등을 내년 초까지 도입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법부나 입법부의 문제까지 청와대 소통광장에 몰리면서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행정부 권한 밖의 국민청원이 많아 과도한 혐오나 왜곡 등의 문제가 있다”며 “청원 방식의 변경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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