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약 60억달러 비용 절감
5개 공장 생산중단·1만4700명 감원
“당장 새공장 여는게 좋을것” 압박
철강 관세로 GM 비용 10억弗 증가
트럼프 행정부 자승자박론도…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공장 폐쇄와 대규모 감원 등 북미 사업장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GM에 대한 맹비난을 펼치며 즉각 반격에 나서 계획 변경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데다 가장 큰 치적으로 자랑했던 일자리 및 경제성장에 대한 타격이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에게 중국에서 차를 그만 만들고, 회사가 차 생산을 중단하려고 한 미국 오하이오에 이를 대체할 새 공장을 만들라고 했다”며 “GM은 그곳에 새 공장을 신속히 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라 CEO가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 모델 판매가 저조하다고 항변하자 잘 팔리는 차를 이 공장에 배치하고, 빨리 공장을 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오하이오를 사랑한다. GM에게 사람 잘못 건드렸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구조조정이 자신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정책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CNBC는 전했다.
GM은 이날 2009년 파산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북미지역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먼저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7곳의 공장 가동 중단에 나선다. 여기에는 디트로이트 햄트램크와 오하이오의 로즈타운, 캐나다 온타리오의 오셔와 조립공장과, 미시간 워런과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변속기 공장이 포함됐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해온 쉐보레 크루즈와 캐딜락 CT6, 뷰익 라크로스 등의 생산도 중단한다.
GM은 또 북미지역에서 총 1만4700명을 감원한다. 감원 인력에는 사무직 8100명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 6000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간부급에서도 25%가 감원 대상이다. 봉급 근로자의 15% 감축을 포함해 내년 말까지 약 60억달러(약 6조774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오하이오 등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 유권자에게 ‘미국 우선주의’를 통해 일자리·생산시설을 가져다주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곤란케 만들고 있다.
바라 CEO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이다. 이 산업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GM은 미래의 산업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하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투자하길 원한다. 또 2016년 미국 자동차 판매가 정점에 도달한 후 다음 하락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철강 관세 등 늘어나는 비용에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BBC는 “바라 CEO가 언급한 변화하는 환경에는 백악관의 영향도 일부 있다”며 “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철강에 관세가 매겨지면서 GM의 비용은 약 10억달러 늘었다. 감세정책은 GM과 같은 회사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라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낮아진 세율은 늘어난 비용을 상쇄하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C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을 언급, 백악관은 GM의 움직임에 불편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날 바라 CEO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