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닷·도끼·비 등 연예계 덮친 ‘빚투’
본인 법적책임 없어 ‘현대판 연좌제’
‘수저 계급론’서 느낀 박탈감 재연
대중, 도의적 책임다하는 모습 기대
“방송서 과시했던 그들의 부(富), 그렇게 떳떳했나요?”
연예인 가족의 금전 스캔들을 둘러싼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경솔하게 맞대응했다가 비난을 사고 있지만, 법적 책임까지는 없는 경우가 많아 新연좌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예인 ‘훔친 수저’ 논란의 신호탄은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ㆍ25)이 쏘아올렸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의 부모는 1999년도에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1997년 친척과 이웃으로부터 수억원을 빌린 후 해외로 잠적한 혐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신 씨를 향한 대중의 반응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특히 신 씨가 앞서 방송에서 언급한 수억대의 뉴질랜드 부동산과 부모님의 자수성가 이야기가 다시금 회자되면서 ‘훔친 수저’로 여태 떵떵거린 것이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뒤이어 방송인 김나영 씨 남편의 사기행각이 논란이 됐고, 래퍼 도끼 모친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ㆍ36)도 부모의 채무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가수 비아이 부친의 횡령, 배우 견미리 씨의 남편이자 이유비ㆍ이다인 씨의 부친의 주가조작 사실 등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해당 사건 대부분이 이들 연예인 본인에겐 법적 책임이 없는 가족 스캔들이지만 대중들의 비난은 연예인을 향해 있다. 방송과 SNS 등으로 평소 재력을 과시해온 경우엔 더욱 거센 비판에 당면했다.
대학생 김모(23) 씨는 “이번 상황에서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면서 수저 계급론이 화제였을 때 느꼈던 박탈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모의 재산으로 성장과정 동안 지원받아놓고 ‘자수성가’로 포장하는 모습을 보니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훔친 수저’ 논란을 마주하는 대중들은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연좌제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인만큼 당장 변제에 나서지 않을 수는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모습만큼은 보여달라는 것이다.
직장인 조모(28) 씨는 “부모님이나 가족이 저지른 일을 나에게 책임지라고 하면 나라도 억울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경솔한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면 연예인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실망할 수밖에 없고 비판도 하게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대중은 적극적으로 사죄의 뜻을 밝힌 방송인 김나영에 대해서는 한풀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양상이다. 과거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고 발언한 방송 내용도 회자되면서 남편의 사기행각과 김 씨를 분리해 인식하는 경향도 보인다.
반면 신 씨는 사건이 알려지자 “관련 내용은 허위”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하다 뒤늦게 “피해자를 직접 만나뵙고 말씀을 듣겠다”고 말을 바꾸며 대중의 분노를 부추겼다. 이후 논란이 재점화 되면서 경찰 재수사까지 시작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까지 체포영장이 유효해 즉시 체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끼는 피해자와 만나 도의적 책임을 넘어 변제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는 앞서 “1000만원은 한 달 밥값에 불과하다. 못 받은 돈이 있으면 내게 오라”며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실언을 해 논란이 됐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