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공정성’이 화두로 떠오른다. 과정이 투명하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의 공정성이야말로, 겉으로 발전ㆍ성장하고 있지만 속으로 곪아가는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 입시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자신의 쌍둥이 딸을 위해 시험지ㆍ정답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쌍둥이 딸은 지난해 성적이 각각 전교 121등, 59등 정도였지만 올해 2학년 1학기 땐 각각 문과, 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교무부장이 교육청 지침을 어긴 채 자신의 딸들이 속한 2학년의 기말ㆍ중간고사 문제를 검토ㆍ결재했으며, 정기고사 담당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혼자 시험문제를 본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 수사에서도 이같은 시험지ㆍ정답 유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검찰로 사건을 넘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숙명여고 사태는 대입 수시전형의 공정성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이나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학생부종합전형은 공정하지 못하므로 정시모집을 확대하자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수시모집이 갈수록 세분화 하고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지는데다 탈락한 학생들도 자신이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 알 방법이 없다보니 ‘깜깜이’ 선발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불신을 받는 처지가 됐다.
수험생 59만5000여명이 참여해 지난 15일 실시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험생들은 고등학교 3년, 중학교 3년 더 나아가 초등 6년을 포함하면 무려 12년 동안 배우고 갈고 닦은 자신의 실력을 이날 시험에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 한 문제만 삐끗해도 등급이 달라지며 그로인해 원하는 대학을 못갈 수도 있다.
특히 올해 수능에서는 국어영역 31번 문항을 놓고 설왕설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올해 수능 문제ㆍ정답에 모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논란이 컸던 국어 영역 31번 문항의 난도에 대해 “수험생 기대와 달라 유감”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의 유감 표시만으로 수십만 수험생들의 냉가슴을 쓸어내리기엔 뭔가 개운치 않다. 변별력을 갖추기 위함이라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쏟아지고 있다.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면 풀 문제인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시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수능을 기반으로 하는 정시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수도권, 강남, 자사고ㆍ특목고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다이아몬드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행 수시와 정시 비율을 놓고 소모적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입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영의 문제가 크다. 어떤 제도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과정과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제도는 더 더욱 그래야 한다. 수시든 정시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신뢰가 우선이다. 공교육도 지키며 공정한 선발이 보장되는 운영의 묘가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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