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황사가 유입되면서 수도권 등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악화됐지만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을 외면하고 있다. 사진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이미 일상화…귀찮고 불편해서”
“안써도 건강”…위험성 못느껴
출근시민 10명중 6명 그냥 다녀
수도권에서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300㎍/㎥ 치솟는 등 ‘나쁨’을 나타낸 28일 오전 서울역 2번 출구앞. 아침부터 공기가 무척이나 탁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을 지켜본 결과 10명 중 6명 정도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불편함’을 꼽았다. 마스크로 인해 숨 쉬는 게 불편해 습관적으로 안 쓰게 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최윤재(35) 씨는 “안경을 쓰고 있어서 마스크를 쓰면 앞이 뿌옇게 변해 불편하다. 항상 가방 속에 있는 데도 잘 안 꺼내게 된다”고 말했다. 건물관리 일을 하는 이모(63) 씨는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숨쉬기 힘드나 미세먼지로 답답하나 비슷하다”면서 “차라리 코로 마음껏 숨쉬는 게 더 편하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일상화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 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하 서울역에서 만난 김모(78) 씨는 “미세먼지가 심각한지 잘 모르겠다“면서 ”예전에 흙먼지 먹으면서 자라면서도 지금 건강하다. 미세먼지보다 자동차 매연이나 담배가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이들도 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각각 마스크를 쓰고 함께 학교에 가고 있던 유모(43) 씨는 “미세먼지 예보를 늘 챙겨보고 ‘나쁨’이라고 뜨는 날에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면서 “아이 가방에도 여분의 마스크를 넣어두고 꼭 쓰고 다니라고 이야기한다. 미래에는 마스크는 필수품이 될 것이라 지금부터 습관을 들이는 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그 위험성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은 손에 꼽았다. 사람들에게 미세먼지가 호흡기 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다는 대학생 한모(24) 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확실히 재채기와 콧물이 많이 나고 눈도 가려운 것 같다”면서도 “습관이 되지 않아서 오늘도 마스크를 깜빡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 오전 중에는 전 권역에서 ‘매우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부분 지역에서 오전에 황사를 포함한 국내외 미세먼지가 남진하면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