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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장 사과 논란에 인사 항명까지…경찰 내부 ‘뒤숭숭’

-고위 간부 항명에 “공개적 행동 이해 안간다” 의견
-‘화염병 투척 사과에 “힘 빠진다ㆍ실망스럽다” 반발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민갑룡 경찰청장의 ‘화염병 투척’ 사과 논란에 이어 치안감 인사에서 탈락한 경찰 고위 간부인 경무관 항명 파문까지 일면서 경찰 내부가 뒤숭숭하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송무빈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은 전날 정부가 단행한 치안감 승진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전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들은 1~2년 내에 전부 승진했지만 3년을 근무하고도 치안감 승진에서 배제됐고, 검증대상에 오르지 못했다”며 “권력구조의 문제, 힘의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승진 누락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연관됐다는 투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무관급 간부가 정부의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내부적으론 그의 공개적인 행동이 지나쳤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공개 항명에 대해 “격이 떨어진다. 치안감 승진과 자존심 명예를 맞바꾼다는 느낌이 든다”며 “출신별 쿼터제가 아닌 단순 직무의 강도와 직위의 중요성만을 고려한 승진은 또 다른 소수 출신에게 차별을 유발한다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조직 냉소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정급 간부도 “당사자가 느낄 박탈감은 심정적으로 이해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경찰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까지나 정부 인사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경찰 초유의 ‘인사 항명 파문’에 앞서 경찰 내부에선 이미 민갑룡 경찰청장의 ‘대법원장 차량 화염병 투척 사건’ 사과 논란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민 청장은 지난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찾아가 화염병 투척 사건과 관련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했는데 미흡해서 국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강화된 경비를 하겠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직원들은 민 청장의 대응이 실망스럽다며 반발했다.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엔 “경찰이 뭘 잘못했는데 대법원장에게 굴신 인사를 하는지 형언할 수 없는 울분이 솟습니다. 제발 경찰 자부심 좀 살려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조회 수가 1만7000여 회가 넘고, 이에 동조하는 댓글만 150여 개가 달렸다.

실제로 한 경감급 경찰관은 “수장의 행동 하나 하나가 직원들에게 희망이자 보호막이 되어 줘야 하는데 이번 대응을 보니 ‘이 조직은 직원을 지켜주는 곳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1인 시위자가 대법원장에게 화염병을 던졌다고 해서 치안총수가 허리를 굽혀 사과해야 하냐”며 “경찰의 경비가 문제가 아니라 바닥으로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도가 근본적인 원인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반면 민 청장의 성향을 옹호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경찰관은 “민 청장의 성격상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것일 뿐인데 이를 과도하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9시 5분께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모(74) 씨가 김 대법원장의 승용차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면서 승용차 보조석 뒷바퀴 타이어에 불이 옮겨붙었다. 청원 경찰들이 소화기로 즉시 진화하면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남 씨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고, 2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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