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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담은 문학…독특한 서사적 가치 조명

조선후기 한문으로 기록된 짧은 이야기인 야담의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설의 전신으로 보기도 하고 설화로 규정하기도 한다. ‘한국야담 연구 권위자’인 이강옥 교수는 그간 야담을 소설이라는 장르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미완성 문학으로 보는 시각과 달리 독자적인 문학갈래로 본다,

2006년 ‘한국 야담 연구’ 이후 10여년간의 연구 성과를 모은 이번 책은 한국 야담의 최종보고서격으로, 새롭게 찾아낸 야담만의 서사적 가치를 조목조목 들려준다.

야담에 주로 등장하는 이상향과 운명, 꿈의 모티브는 현실이 아닌 곳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현실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란 게 지은이의 입장이다. 이상향을 방문하고 경험한 주인공은 현실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지는데 이상향을 재방문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은이는 이런 국면을 운명과 연결시키는데, 운명은 절망에 빠진 주인공을 위로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저자는 야담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도덕적 나태함이나 자기 모순, 타락한 세상을 습관적으로 따라가는 일련의 작품들을 아이러니로 읽어낸다. 모순과 우연이 가득한 이야기는 조선 후기 현실 영역에서 유가적 이념이나 상식적 관습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여성의 정욕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내용 역시 가부장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데, 회상, 현몽 등을 통해 남성의 조롱이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서술공간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야담의 욕망을 대하는 양상을 통해 대안적 근대를 엿볼 수 있다.

‘청구야담’ 한문 필사본의 필사 오류를 다양한 이본을 대조해 음사와 형사라는 우리 필사 문화의 독특한 현상을 발견해낸 것은 성과로 꼽힌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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