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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페이 홍보 홍수에도…상인들 시큰둥
지하철역 상인 5명중 4명 미가입
난해한 설명에 홍보 방식도 불만
일부 “현시점에 꼭 필요” 공감도
서울시 “다양한 유인책 고심 중”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의 한 식당에서 제로페이 홍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로페이? 출퇴근하는 동안만 안내문 10장을 넘게 봤어요.”

지난 18일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구의 한 지하철역 안에서 만난 상인 장모(45) 씨는 “역 안 곳곳 제로페이 홍보 포스터에, 얼마 전엔 서울시 직원이라며 신청서를 들고 오니 (제로페이를)모를 수가 없다”며 “정책을 이해할 수 없어 고민해보겠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시간여를 돌며 만난 상인 십여명은 모두 ‘제로페이’를 잘 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가입을 했느냐는 물음에는 3명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시가 한때는 연내 가입 100%를 점친 지하상가 상인들도 ‘제로페이 서울’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출시를 이틀 앞둔 가운데 중구와 종로구의 지하상가를 둘러본 결과다.

19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상가 점포 1407곳 중 제로페이 가입 점포는 320곳이다. 가입률은 22.7%다. 서울시설공단의 관리 지하상가 점포는 2788곳이다. 제로페이 가입률은 50% 안팎으로 확인됐다.

시와 서울교통공사ㆍ서울시설공단 등은 서울 상당수 지하상가에 소유권을 행사한다. 시는 근 2개월의 모집기간 중 시 직원과 공사ㆍ공단 등 직원을 지하상가로 보내 제로페이 방문 권유, 안내문 부착ㆍ배포 등 총공세에 돌입했다.

시의 영향력이 있는 지하상가 4195곳은 시내 전체 소상공인 업체(66만곳)와 견줘보면 0.6% 수준이라 ‘집중공략’도 수월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이 일반인보다 제로페이를 접한 빈도가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당초 모집 기본계획안을 짤 때 연내 가입 100%의 가능성이 나온 까닭이기도 하다.

이날 만난 지하상가 상인들은 무엇보다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종각 지하도상가에서 본 상인 A 씨는 “정확히 어떤 원리로 어느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비교적 젊은 나도 이해를 못하는데, 다른 가게 사장들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했다.

상인 일부는 홍보 방법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중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상인 임모(51) 씨는 “착한 결제, 크리스마스 선물 등 선심성 정책으로 접근해 좋지 않았다”며 “제로페이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프레임을 씌우는 일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물론 정책을 낙관하는 상인도 있었다. 종각 지하도상가에서 만난 상인 B 씨는 “높은 소득공제 혜택, 결제 수수료 절감 등은 소상공인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실체가 드러나면 곧장 흥행 길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제로페이를 홍보하는 한 서울시 산하기관 관계자는 “지하도 상가 상인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으셔 이해시키기도 어렵고 필요성도 잘 못느끼고 있었다”며 “가입홍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20일부터 제로페이 시범 도입에 나설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의 야심작인 제로페이는 중간 단계 없이 소비자가 소상공인 계좌로 직접 대금을 이체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네이버페이ㆍ페이코 등 간편결제와 20곳 은행 앱을 이용해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계좌이체가 이뤄진다. 0%에 가까운 결제 수수료, 40% 소득공제율 등이 핵심 혜택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정식 사업에 앞서 제로페이의 장점을 적극 안내하겠다”며 “다양한 유인책도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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