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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김정은 신년사, 또다시 탄성을 부를 수 있을까?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랍니다”

옅은 회색 양복과 넥타이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전 30여분간 신년사를 읽어 내려가던 중 조선중앙TV를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탄성이 터져 나온 대목이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한손엔 핵, 한손에 탄도미사일을 쥐고 미국 본토 타격까지 위협해가며 한반도를 전운으로 몰아넣었던 김 위원장이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 기원과 북한 선수단 참가 시사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북한은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했고 이를 전후로 남북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올 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과 판문점을 오가며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에 기록될 북미정상회담을 갖게 된 출발점에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후 남북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각 분야에 걸쳐 36회의 회담을 개최했고 26일 사실상 남북경협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이르게 됐다. 반면 작년 16회에 달했던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은 ‘0’을 기록했다.

북미관계 역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하고 있는데 더해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찾는 등 불과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단계까지 나갔다. 역시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 발전’과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세계 건설’을 천명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1956년 ‘8월 종파사건’의 후폭풍이 이어진 1957년 정도를 제외하곤 김일성 주석을 시작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르기까지 형식은 달리했지만 매년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교시’로서, 전년도 평가와 새해 국정지침 및 대강의 전략ㆍ전술 방향, 내부 혁명역량 강화 방안, 그리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대외관계 구상을 담는다.

북한은 신년사 발표 3개월여 전부터 당과 군 관계자들이 상무조(TF)를 구성해 준비할 정도로 적잖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되고 북미대화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일단은 비핵화협상 지속과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최근 대화 촉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추가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만큼 강경한 대미메시지 내지 새로운 북핵 협상틀을 제시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과 아예 기대를 걸 필요 없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새해 신년사를 읽어 내려갈 때 한탄이나 탄식을 의미하는 ‘탄성’을 부를지, 또다시 감탄한다는 의미의 ‘탄성’을 부를지는 오롯이 그에게 달렸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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