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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민 유서 본 전문가들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 느낀듯…유서 내용 무조건 사실로 볼 순 없어”
-전문가들, “유서 소동 의도한 자작극으로 보는 건 위험”
-자기 방어와 합리화 위해 쓴 유서일 가능성…“객관적 진실로 보긴 어려워”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정부의 KT&G 사장교체 시도와 적자 국채 발행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서를 본 전문가들은 “신 전 사무관이 폭로 후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상당한 불안감과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유서에서 언급된 주장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쉽게 단정지을 순 없다”고 분석했다.
<사진>3일 오전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온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작성자는 ‘신재민2’로, 그는 모텔에서 해당 글을 썼다고 밝혔다. [고파스 캡처]

앞서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져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4일 오전 11시19분께 그의 모교인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유서형식의 글이 올라왔다. ‘신재민2’라는 작성자 명으로 올라온 게시물에는 그동안 극단적 선택을 여러번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심경과 함께 자신이 주장했던 사실들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억울함 등이 담겨 있었다.

신 전사무관이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발견되면서 일각에서는 신 전 사무의 ‘유서 잠적’ 소동이 자신의 주장을 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종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한 쇼로 보기는 어렵다. 유서의 내용을 보면 아주 구체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방법 등에 대해서 언급이 되는데, 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어필하려고 한 의도도 없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살 시도를 아예 안 했다고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론 유서에서 자신이 어떻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면서 “그렇다고 해도 이 역시도 신 전사무관의 성향일 수 있다. 학력 수준이 높고 공무원 경력도 있었던 그가 일반인보다그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전 사무관이 자신의 불안한 심리를 유서에 여과 없이 담았는데, 이는 자신의 주장을 믿어달라는 감정적 호소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유서를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들어줬으면 하는 욕구가 있다”면서 “신 전 사무관 역시 ‘오죽 했으면 자신의 억울함을 죽음으로 맞바꾸려고 했을까’하는 동정심을 얻고 자신의 진정성을 확인 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신 전사무관이 남긴 유서 내용을 모두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 전 사무관이 억울하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느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해더라도, 그가 남긴 유서가 100% 진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크게 유서는 가족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일종의 인사성 유서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적성 유서 등 2가지로 나뉜다. 신 전 사무관은 후자에 속한다”면서 “신 전 사무관은 자기가 내부고발을 한 이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자괴감을 느끼고 억울함을 알리고자 유서를 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 전 사무관의 억울함과는 별개로, 유서의 내용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보통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궁지에 몰렸을 때 이를 벗어나기 위한 방어책으로 유서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기 변명과 합리화를 위해 작성한 유서를 무조건 사실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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