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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양승태-김앤장 독대’ 문건 확보…스모킹건 될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재판과정 관련 ‘친화적 방향’ 협의

공무상 취득한 비밀누설 혐의
11일 대면조사 앞두고 주목
임종헌 공소장에 44차례 공모기재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피고 측 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재판 내용을 의논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확보했다. 11일 대면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재판 방향을 왜곡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15년~2016년 강제징용 소송 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과 한상호(69) 김앤장 변호사가 세 차례 이상 만났다는 내용이 언급된 김앤장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과 관련해 한 변호사의 진술도 받아낸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자료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과 일반당사자인 전문기업 측 사이에 재판진행과 관련해 친화적인 방향으로 협의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맞다”며 “구체적인 문건의 제목과 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참고인 조사를 통해 문건과 관련된 변호사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문건에는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계획도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키고, 일본 전범 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판결을 뒤집는 데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앤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해당 문건을 확보했다. 김앤장 고문이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등이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장과 만나 소송을 논의한 정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이미 양 전 원장의 의중을 포함한 소송 정보를 외교부에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번에 문건이 나오면서 (양 전 대법관의) 혐의를 입증하고, 최소한 기소하는데 유의미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재판으로 넘겨지면 문건에 담긴 내용이 직무상 비밀로써 구체적으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오는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기재된 만큼 기소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시 공범으로 기재된 박병대(62·12기), 고영한(64·11기) 두 전직 대법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사실이 44차례에 걸쳐 기재됐다. 크게 분류하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혐의 ▷상고법원 추진 등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사법부 구성원들의 연구활동을 방해하고 일선 판사를 불법 사찰한 혐의 ▷공보관실 예산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 등 3가지로 나뉜다.

재판 부당 개입은 강제징용 사건 외에도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등이 거론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 등 현안을 고려해 당시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를 위해 재판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서는 법원행정처장이 청와대를 직접 방문해 사건 방향을 논의한 기록을 확보했다. 우리나라에는 재판 방향을 왜곡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률 규정은 없지만,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 내 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방안을 검토한 배경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6년 3월 고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에게 이들 단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7년 1월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력구조에 비판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공보관실 경비를 불법 유용했다는 혐의는 사실상 ‘곁가지 혐의’여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2015~2017년 공보 업무에 쓰이도록 정해진 3억 원대 예산을 현금으로 인출해 일선 법원장들에게 나눠줬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승인으로 예산 유용이 이뤄졌고, 현금화 과정에서 청구 내역을 허위로 증빙한 자체가 범죄가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법원은 ‘예산이 실제 공보 업무에 쓰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승환·문재연 기자/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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