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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를 바라보는 두 시선②] 택시업계, “택시 이미 넘치는데 카풀 들어오면 다 죽어”
-정부 감차한다더니…카풀 들어오면 택시시장 더욱 망가질 것
-“서비스 향상? 기본적으로 먹고살 수 있어야 가능한 것”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태우고 있다.[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카풀 도입을 반대하며 택시기사가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택시 업계는 분노에 휩싸였다. 택시업계는 업계전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업계는 과도한 택시 숫자, 사납금 제도 등으로 인해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열악해져 서비스 질을 높일 여력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정부가 택시가 많아 문제라면서 카풀을 도입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택시 공급 과잉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하는 건 오히려 더 공급 과잉을 초래해 문제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시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국의 택시는 총 25만2583대(법인 8만7875대·개인 16만4708대)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5년 제시한 전국 적정 택시 대수인 19만7904 대보다 5만4679 대가 많은 수치다.

택시 수가 많아진 것은 정부가 선심성 정책으로 택시시장을 키워온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정부는 택시 면허 매매와 상속을 허용했다. 노후자금이 없는 이들에게 택시가 좋은 수입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정부는 지난 1972년 개인택시 면허 매매를, 1981년 면허 상속을 각각 허용했다. 이후 택시 면허는 한 번 발급되면 매매나 상속을 통해 영구히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면허증’이 됐고, 이는 현재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서야 신규 발급 개인택시 면허의 매매 및 상속을 금지했지만 오히려 개인택시 면허 프리미엄은 더 높아졌다.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인 택시 감차를 추진했지만 2015년 3월(25만5131대)과 비교해 작년 9월 기준 2548대만 줄었을 뿐이다.

업계는 안 그래도 택시의 수가 많은 상황에서 카풀 서비스가 도입되면 택시 기사의 수입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상무는 “2000년 대리운전이 도입될 때도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다. 카풀까지 도입되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의 수입 감소는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본부장은 “하루에 어느 정도 수입을 가져가려면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택시 기사가 불친절의 대명사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대시간 안에 수입을 맞추려다 보면 장거리 손님을 받게 되고, 퇴근할 때 택시를 회사에 입고시키려면 그 방향 손님을 태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서비스도, 일단 택시 기사들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배불러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납금 문제도 크다. 법인 택시를 9년째 몰고 있는 택시기사 이모(53) 씨는 “하루 수입은 매일매일 다른데 사납금은 꼬박꼬박 12만원씩 회사에 내야 한다”면서 “급한 마음에 난폭운전을 하게 되고 손님을 골라 태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러한 사정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택시기사들을 무능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만 몰아세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카풀 반대를 새로운 시대에 경쟁력이 없어진 자들의 생떼라고 볼 게 아니라 택시 산업이 왜 망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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