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포토라인 패싱’ ‘4無 진술’…신조어 만든 양승태, 조서검토만 24시간
-검찰 출석 전 친정인 법원에서 입장 발표 ‘포토라인 패싱’
-모르쇠 일관하는 ‘4무(無) 진술’, 20시간 넘긴 꼼꼼한 조서열람
-재판 단계 염두, 계산된 대응이라는 해석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포토라인 패싱’, ‘4무(無) 진술’, ‘꼼꼼한 조서열람’.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차례 조사를 받으며 만들어진 조어(造語)다. 40년 넘게 법관으로 재직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 대응 전략 차원의 행동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에 처음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 섰다. 길 건너편 검찰청을 등 진 채 취재진 앞에서 ‘선입견’, ‘편견’, ‘오해’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입장을 발표했다. 30분 가량 입장을 발표한 후 차량으로 검찰청에 도착한 양 대법원장은 취재진이 정한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쳤다. 조사를 앞둔 피의자가 출석 도중 검찰 포토라인을 외면하고 다른 장소를 택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 패싱’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을 배경에 둔 채 자신이 ‘사법부의 상징적 존재’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하루 전부터 출입통제를 하는 등 안전사고를 대비하며 철저히 준비했던 포토라인을 무시한 처사에서 이번 수사 자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분분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대법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정희조 기자]

양 전 대법원장은 15일까지 3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금까지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혐의 사실을 부인하거나 반박하기보다는 “지시한 적이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범죄가 되지 않는다” 등 이른바 ‘4무(無)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간접적으로 부인하는 동시에 향후 재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목 잡힐 진술을 차단하기 위한 ‘모르쇠 전략’으로 읽힌다. 한 변호사는 “검찰 단계에서 이런 저런 얘기는 안 하고 법원에 가서 싸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를 사실상 끝낸 상태다. 다만 마지막 3차 조사 이후 조서열람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17일 오전 양 전 대법관은 검찰에 출석해 나머지 조서를 열람하고 있다. 11일 1차 조사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조서 검토에 들인 시간을 합하면 20시간이 넘는다. 이날 마지막 출석일정을 마치면 조서 열람에만 하루 넘는 시간을 할애한 셈이 된다. 첫 조사에서만 13시간 넘게 조서를 확인했다. 지난 2017년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조서검토를 했을 때도 유난히 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향후 법정에서 검찰의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조서에 기재된 질문을 통해 검찰이 쥐고 있는 카드를 추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