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부산에서 번듯한 의상실을 운영하던 40대 멋쟁이 여성 사장님이 한 분 있었다. 이 사장님은 단골손님의 부탁으로 채무보증을 선 상태였는데, 하필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로 보증을 섰던 단골손님이 망하는 바람에 보증채무를 떠안는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 자신의 의상실 운영 역시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가게를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사장님은 폐업한 가게를 뒤로 하고 서울로 홀로 상경해 식당 종업원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힘들게 생활하던 그녀는 친지의 도움을 받아 조그마한 분식점이라도 열까 고민했다. 하지만 버는 돈을 모두 빚을 갚는데 써야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 분의 보증채무 사례를 듣고, 현재 상환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채무를 조정해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이로써 새로 가게를 열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새출발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것만으로 완벽한 경제생활에 복귀하기는 어려웠다. 가게를 제대로 운영하시는지 살펴보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가게 시설도 낡고 환경도 열악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아직도 신용도가 낮아 병원비 등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으며 어려운 서민들이 직면한 금융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낡은 TV와 전화기를 직접 교체해드리고,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서민금융상품을 연결해드리기로 하고 김밥 몇 줄을 구입한 뒤 가게를 나서는데 “60평생 한 번도 남에게 도움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 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포용적 금융은 이 분과 같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취약계층의 채무를 탕감하는 시혜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재기해 사회구성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예보는 공적자금 회수의 역할에만 집중해 오다가 포용적 금융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활동을 추진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채무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당수의 채무자는 채무조정 이후에도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칫 또 다시 빚의 굴레로 내몰릴 수 있어 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정책기조 변화 속에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에 대해 기존의 회수 중심의 자세에서 벗어나 채무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되면서다.
이에 지난해부터 예보는 채무조정을 받은 채무자에게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서민금융진흥원 등 서민금융 공공기관과 협력해 취업 및 창업 지원, 낮은 금리의 자금 대여 등을 연결시켜주는 경제적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강줄기가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자세로 삶의 의지가 높은 서민들이 힘차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칠 때다. 예보도 따뜻한 금융 실천을 선도해 나가겠다. 2019년 돼지의 해를 맞이해 새롭게 시작하는 분식점 아주머니 사장님의 돼지저금통이 희망으로 가득 채워지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