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비상계획 잘 준비”
금융위, 자회사 승인 배경
금융당국의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오렌지라이프 인수승인은 예상 밖으로 큰 진통없이 나왔다.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재판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유고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였다. 금융당국은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비상계획에 문제가 없고, CEO 후보군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심사에서 신한금융지주의 CEO리스크와 오렌지라이프 인수 적격성을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했다.
한 관계자는 “자회사 인수 승인은 회장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주와 자회사들이 안정적으로 경영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측면”이라며 “CEO 유고 시 비상계획을 들어본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1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유사한 혐의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실형 선고가 돌발하면서 신한엔 한때 위기감이 감돌았다. 금융감독원이지난 주 초 신한 이사진 면담을 통해 지배구조 비상계획을 점검에 나선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한 측의 계획을 모니터링한 결과 차기 회장 후보군이 충분하고, 비상계획이 잘 준비돼 있었다”고 했다.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때 당국이 심사를 수 개 월간 중단한 사례와 결이 달랐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혐의가 불거진 탓이었다. 이에 사무금융노조는 DGB 사례를 들어 당국이 신한지주에 우호적인 판단을 한 걸 문제삼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DGB는 복수의 전현직 임원들까지 수사를 받으면서 사회적 물의가 컸을뿐 아니라 경영관리 자체가 와르르 무너진 상태였다. CEO 유고 시 잠재적 승계 후보들도 의혹을 받고 있었다”며 “당국이 인수 심사를 중단했다기보다 DGB 측에서 당국의 서류 보완 요구를 제대로 준비하기조차 힘들던 상황으로 신한의 상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