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금, 매출 있는 곳에”…OECD ‘글로벌 법인세 혁명’ 예고
구글 등 탈세방지 조치…저세율 국가로 소득이전 차단
다국적 기업 확산 가능성…美 제안, 유럽·신흥국 동조


글로벌 127개 국가가 ‘법인세 체계 개혁’에 뜻을 모으면서 ‘역외 탈세(조세피난처 등을 활용한 세금 회피)’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글로벌 IT 기업들을 포함한 세계 재계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개혁안이 마련되면 기업들은 기존에 자산이 위치한 국가에 납부했던 법인세를 ‘매출이 발생한’ 지역에 납부해야한다.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아일랜드 등 저세율 국가로 소득을 이전해 세금을 납부하는 행위가 더이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OECD가 국가 간에 다국적 기업이 납부하는 세수를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인세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127개 국가가 법인세 개혁에 대해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OECD는 2020년 말까지 법인세법 개혁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법인세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구글, 오라클 등 IT 기업 뿐만이 아니라 향후 모든 다국적 기업에 수정된 과세 체계를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소비자 많은 나라에 법인세 납부…美 제안 무게=다수의 제안 중 많은 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개혁안은 기업이 자신들의 재화나 서비스가 판매되는 지역에 법인세를 납부해야한다는 미국의 제안이다. 기존 조세피난처와 일부 수출국으로 흘러들어간 법인세가 다수의 소비자를 가진 국가들로 이전되도록 한 조치다. 파스칼 생-아망 OECD 조세담당 최고책임자는 “법인세와 관련한 미국의 제안은 다소 보완해야될 필요는 있지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과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국들이 이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법인세 부과 체계를 ‘판매 국가’ 중심으로 재편해야한다고 제안한 데는 지난 2017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당시 법인세율을 35%→20%로 낮추는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인하된 법인세율은 올해부터 적용된다.

FT는 “법인세 인하로 법인세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이 자신들의 세금 기반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내놨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미국이 여전히 세계 1위 규모의 소비시장이라는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미국은 지난 2017년 세법개정 당시 무형 자산을 매개로 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새로운 과세제도를 신설했다. 무형자산발생소득(GILTI) 관련 세법이 그것이다. 다국적 IT 기업을 겨냥한 해당 제도는 다국적 기업들이 무형 자산(특허, 라이선스 등)을 통해 해외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최소세 10.5% 부과한다.

▶유럽도 지난해 ‘구글세’ 추진…“법인세 개혁 환영”=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EU집행위원회 역시 비슷한 맥락의 법인세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유럽국가들이 주장하는 법인세 개혁안은 과세 대상을 ‘디지털 기업’에만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제안과 차이가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IT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digital tax)’ 신설 방침을 발표했다. 기존의 법인세 체계 하에서는 디지털 기업이 제조업보다 낮은 법인세를 낸다는 분석에서다. 디지털세는 IT기업들이 EU 회원국 내에서 거둔 매출에 대해 일괄적으로 3%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시 디지털세는 지난 2017년부터 EU국가들과 대립관계에 있는 ‘구글’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구글세’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생- 아망은 “유럽국가들은 그들의 접근이 구글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해당 디지털세 도입은 불발됐다. EU가 일괄적으로 과세제도를 도입하려면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당시 일부 북유럽 국가들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FT는 “여전히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스페인 등 상당수 EU 국가들은 디지털세 도입을 찬성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디지털 기업에 대해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OECD가 법인세 개혁에 나섰다는 소식에 유럽국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29일 그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디지털 공룡’에 대해 공정한 과세를 하는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씨름했고 127개 나라가 세법을 바꿔야한다는데 동의하면서 그 결실을 맺었다”면서 “정부는 지나치게 낮은 세금을 가진 국가의 기업에 세금을 부과 할 수 있어야한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