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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전 약속’으로 엿보는 미국의 ‘北비핵화 선물’은?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이 2차 북미정상회담 기본틀
-“北 체제보장ㆍ경제지원” 명시ㆍ‘행동 대 행동’ 원칙도 유효

오는 2월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예상은 다양하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오는 27~28일 열릴 2차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뤄낼 ‘합의 수준’의 보따리 크기가 어느정도 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상응조치 ‘레벨’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속도 또한 결정될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를 약속할때 미국은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이는 과거 북한과 주변 당사국들이 비핵화를 대가로 맺은 합의 내용과 그 원칙을 보면 미국이 제안할 ‘당근’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미국의 ‘무게감 있는 상응조치’를 묻는 질문에 “(14년 전 6자회담서 체결된) 9ㆍ19 공동성명에 있던 조치를 참고하라”고 했다.

▶북미관계 정상화ㆍ주민 생활 개선=2005년 북한과 주변 5개국(한국ㆍ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은 4차 6자회담 결과로 ‘9ㆍ19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외교부 당국자는 이를 두고 “(이 성명 도출에) 2년 반 걸렸다”며 “구체적 액션플랜이 아니라 원칙”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총 6개 항목으로 구성된 9ㆍ19 공동성명에서 우선 주목할 부분은 2항이다. 2항 두번째 문장은 “북미 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고 명시했다. 이는 작년 6월 북한과 미국이 1차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센토사 공동합의문’ 1항에도 녹아있다. 양국은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상응조치로 만지작 거리는 북미관계 정상화 카드에 대해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의 ‘입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북한 비핵화 진행 점검ㆍ상응조치 논의를 위해 북미 연락사무소 평양 설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김 교수는 전망했다.

양자 또는 다자 차원의 북한 경제 지원 원칙을 언급했던 9ㆍ19 공동성명 3항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3항 첫 문장은 “6자는 에너지ㆍ교역ㆍ투자 분야 경제 협력을 양자 및 다자적으로 증진시킬 것을 약속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은 핵 포기 대가로 체제 보장 뿐 아니라 ‘인민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외교 당국자의 최근 언급과 맥이 닿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3일 CBS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핵을 안 갖는다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대국 중 하나가 될 기회가 있다”고 한 바 있다.

▶2005년 ‘행동 대 행동’ 원칙 지금도 유효=9ㆍ19 공동성명 세부항목(체제보장ㆍ경제지원 등)을 아우르는 ‘룰’도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공약 대 공약ㆍ행동 대 행동이라는 동시 병행 원칙이다.

이 원칙의 작동여부가 북한의 전향적 태도에 달렸다는 명제는 지금도 미국의 대북정책을 떠받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 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우리는 ‘당신(북한)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 수준만큼 미국도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대북 ‘경제 패키지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9ㆍ19 공동선언에 평화체제 관련 논의도 있었다는 것도 시사점을 갖는다. 4항에선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고 명시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건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이 원하는 두 가지(체제보장ㆍ주민생활 개선) 모두 평화체제가 있어야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논의’만 될 뿐 성과가 나오는 건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 의견도 만만찮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평화협정엔 협정문안 뿐 아니라 이에 걸맞은 보장조치ㆍ위협감소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평화협정 논의를)시작은 할 수 있지만 완료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이번 정상회담서 종전선언보다 더 나아간 ‘평화체제’라는 결과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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