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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명분+美 실리’ 선택지 하노이…다시 핵담판 조율모드
김정은, 정통성 부각시킬 장소
트럼프, 장소 양보 대가로 활용

북미정상회담 일주일 앞두고
비건-김혁철 실무협상 나설듯



북미가 오는 27~28일 2차 정상회담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갖기로 한 가운데 북한은 명분, 미국은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대미성전’에서 승리한 베트남의 수도이자 조부 김일성 주석이 방문했던 곳으로 미국 대통령을 불러들인 지도자라는 이미지 제고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입장에서는 비교적 작은 문제라 할 수 있는 회담장소를 양보하는 대신 북한의 보다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2차 정상회담 개최지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두번째 만남 계획을 공개하면서 27~28일 베트남이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도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작년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이 한달 전 시기와 장소가 최종 결정된 것과 비교할 때 1주일가량 늦어진 것이다. 북미는 그동안 2차 정상회담 개최국으로 베트남을 낙점하고도 도시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 왔다. 북한은 일찌감치 하노이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다낭을 내세우며 접점을 찾지 못한 때문이었다. 최고지도자 동선 문제를 극도로 민감하게 다루는 북한은 자국 대사관이 위치하고 의전과 경호에서 유리한 하노이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의전과 경호 뿐 아니라 정치ㆍ외교ㆍ경제적 이유에서도 하노이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북베트남의 수도였다 1976년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하노이는 미국ㆍ프랑스와 싸워 이긴 ‘사회주의의 성지’이자 최근 연평균 7%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도이머이(쇄신) 정책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 국빈방문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국빈방문 기간 응우옌 푸 쫑 주석과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 베트남 최고지도부와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적거리는 수도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그의 국제적 지위를 더욱 강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58년, 1964년 두 차례 하노이를 방문해 호찌민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하노이는 나쁘기만 한 카드는 아니다. 전쟁을 치렀지만 1995년 수교 뒤 이제는 베트남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 된 미국은 하노이를 평양의 ‘롤모델’로 제시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장소를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핵ㆍ탄도미사일을 포기할 경우 경제지원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조치에 상응해 줄만한 마땅한 선물보따리가 없는 상황에서 회담장소를 양보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영변 핵시설ㆍ동창리 엔진시험장ㆍ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더해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중단ㆍ폐기 등이 거론되지만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 정도만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바라는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며 “제재를 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소를 양보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차 정상회담 전주 하노이에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다시 실무협상을 갖고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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