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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난방파업’…“추워도 지지” vs “학생 볼모” 뒤숭숭
‘단체교섭 결렬’ 기계·전기 노조
5일째 파업…난방 꺼진 도서관
“장소옮기며 공부해도 파업 지지”
“방식은 잘못” 학생들 의견 팽팽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정관에 붙어있는 공고문. 성기윤 기자/skysung@

서울대학교 기계ㆍ전기 담당 노동자들의 ‘난방 파업’ 닷새째인 11일 오전 8시께. 학교 중앙도서관엔 냉기만 흘렀다. 난방이 꺼진 도서관은 외투를 입어도 추울만큼 한기가 돌았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도. 470여개의 좌석이 있는 중앙도서관의 한 열람실에는 평소보다 훨씬 적은 30명의 학생들이 띄엄띄엄 앉아 두꺼운 점퍼를 걸친 채 책을 보고 있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 털모자를 쓰거나 목도리를 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막 책상에 앉은 한 학생은 점퍼도 벗지 못한 채 추위에 언 손을 녹이느라 입김을 불어댔다. 취업준비생 이모(29) 씨는 “7일에 파업해서 난방 안된다는 방송 나오더니 오후 12시반정도부터 난방이 끊겼다”며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어 매일 도서관을 오고 있는데 옷을 입어도 한기가 들어오니까 공부하는 데 집중이 안된다”고 말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공부 장소를 갑자기 바꾸기 어려워 도서관 내 따뜻한 곳을 찾아 나섰다. 사범대에 다니고 있는 조모 (25)씨는 “난방 파업 이후 도서관 다니는 사람들끼리 따뜻한 곳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관정관 3층은 따뜻하다고 해서 가는 길”이라며 “장소를 옮기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 파업을 지지한다. 하지만 너무 길어지면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전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대학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노조원들은 지난 2017년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무늬만 정규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교직원 행정 사무직은 성과급, 가족수당, 명절휴가비, 대우수당 등의 복지혜택을 받고 있지만 시설 관리직 종사자들은 복지는커녕 정규직 임금체계 조차 개편되지 못한 채 비정규직때와 비슷한 임금을 받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 9월부터 대학과 단체교섭을 벌이며 총 11차례 교섭과 두 차례의 조정 절차를 밟았지만, 복지수당 등 고용조건에 관해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기계ㆍ전기 분회는 지난 7일부터 파업에 행정관과 도서관 등 3개 건물 기계실에 들어가 난방 장치를 끄고 무기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 다수는 파업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난방을 끊는 식의 파업 형식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다. 크게 노조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당장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반대 의견 등이 대립됐다.

재학생 신모 씨는 “파업은 헌법에 규정된 권리이고 투쟁의 수단이기 때문에 파업을 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말하실 필요 전혀 없다”며 “다만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하실 것은 전기실을 점거하여 ‘고의적으로’ 학생에게 불편을 야기한 점이다. 노조는 학생을 협상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파업이 학업에 영향을 줘선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과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모 씨는 “공대는 기계가 중요한데 기계까지 멈추게 되면 연구나 학업에 지장이 생기는데 걱정이 된다”며 “그분들 입장도 이해하지만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데도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다. 방식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원들의 학교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화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이모 씨는 “물론 불편함이 있지만 이미 진행된 이상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노조원들은 약자기 때문에 파업을 편의를 봐주면서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파업을 지지했다. 이날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도 파업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학생회 관계자는 “도서관에서 핫팩 배부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방한용품을 마련하고, 전열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세희ㆍ성기윤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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