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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통전세 포비아’는 과장된 우려?
가입조건 완화로 보증 증가
금융권 대출구조 영향 없어
몇달 집값하락 걱정 지나쳐
주택공급 넘치는 곳 경계를


지난해 ‘9ㆍ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등 범 정부차원의 ‘집값 잡기’ 노력 5개월만에 시장에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집값ㆍ전셋값이 함께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전세’ 공포도 아른거린다. 그러나 작년말 기준 92조원에 달하는 전세대출이 금융시스템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 정부들어 집값 상승분을 감안할 때 최근 몇 달새 값이 내렸다고 ‘깡통전세’까지 언급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포’의 근거 가운데 하나가 주택 관련 보증회사들의 보증 실적이다. SGI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의 지난해 신규 공급건수는 2만5115건이다. 전년(1만7987건)보다 39.6% 많아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IG)가 판매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신규 가입실적도 작년 8만9350건으로 전년(4만3918가구)과 견줘 2배 이상 뛰었다.

세입자가 전세보증보험을 들면 집주인한테 전세금을 떼이더라도 보증사가 대신 돈을 주기 때문에 이 수치가 역전세난 현실화의 추정 근거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보증보험 실적 급증이 곧바로 ‘역전세난’ㆍ‘깡통전세’ 때문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보증사들이 가입 조건을 완화하면서 전체적인 보증보험의 시장 규모가 커진 효과도 크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 집주인 동의 없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고 보증가입 한도도 높아지면서 신규 가입이 늘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도 2017년 7월부터 집주인 동의없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전까진 집주인 눈치를 봐야 했던 세입자들이 대거 가입에 나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모두 당장 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놓인 건 아닐 것”이라며 “깡통전세 우려가 곧 은행권 대출구조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주택의 부채비율을 자가진단해 미리 대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대출금(선순위 근저당 최고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주택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면 된다. 부채비율이 80%를 넘으면 경계하는 게 좋다.

역전세난 등의 본격화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정황들이 있음에도 집을 둘러싼 서민의 불인심리는 좀체 잦아들지 않는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모(54)씨는 “서울 쪽은 그동안 집값 오른 건 잊어버리고 떨어진다고 엄살을 피우는 것 같다”면서도 “수도권에서 새 집이 많이 있는 지역은 세입자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이 되긴 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이 구조적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보겠다”며 “당장 어떤 대책을 내놓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지역적 특성, 개별 주택의 조건에 따라 리스크는 다 다르다”며 “신규 주택 공급량이 몰린 곳에선 역전세난이 장기화할 순 있겠으나 이게 곧 모든 지역에서 전세금 리스크로 퍼진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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