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등교지도·대청소·급식봉사…워킹맘은 새학기가 두렵다
-학기초 빈번한 동원에 우리아이 눈칫밥 먹을라 ‘발동동’
-반차ㆍ휴가 마음껏 못 쓰는 직장이 태반…아빠 참여로 균형찾기도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마음껏 반차 쓸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어요.”, “학교행사 대신 가는 아르바이트요? 그것도 여유가 돼야 구하죠”

새학기가 되면서 ‘워킹맘’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교에선 새학기를 맞아 학부모들에게 학교 참여 및 봉사 참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늘어나는데, 직장 일에 치이다보면 학교일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사 때문’이란 이유로 자주 빠지면 다른 학부모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행여 아이가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워킹맘 이모(37) 씨는 지난 학기 녹색어머니회와 급식지도 참여를 대신해줄 일일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똑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매번 다른 엄마들에게만 신세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씨는 “엄마들끼리 일하는 고충을 이해해주면 다행이지만 매년 반이 바뀌다보니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라며 “1학기 때 회사일로 바빠 학부모 활동에 신경을 못썼더니 큰맘 먹고 간 총회에서도 소외되는 분위기였다. 같은 단지에 사는 다른 아이 엄마에게 알바비를 두둑히 쥐어주며 부탁했다”고 말했다.

워킹맘들의 사정 역시 저마다 다르다. 영세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워킹맘 김모(37) 씨는 반차를 내거나 시간을 변경하도 쉽지 않다. 김 씨는 “넉넉히 버는 입장이었다면 아르바이트라도 대타로 보내면 얼마나 좋겠냐”며 “학원비라도 한푼 벌어보려 일하는 입장이어서 그것마저 쉽진 않다”고 말했다.

남편이 반차를 쓸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경우엔 사정이 그나마 낫다. 엄마만 아이의 학교 활동에 참여해야한다는 인식이 점차 사라지면서 남편들의 학교 행사 참여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다. 남편이 교육 연차 등이 제도화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경우엔 일부러 학교 행사에 더 참여하려는 경우도 있다.

아내를 대신해 아침 등교지도에 나섰다는 직장인 박모(45·남) 씨는 “아직까지 아이 학교일정에 가면 엄마들이 대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는 나처럼 자주 학교에 오는 아이 아빠가 1명 있어 외롭지 않았는데 새학년엔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씨 부부는 남편이 계약직으로 일하는 아내 대신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았다.

워킹맘들이 고충을 호소하는 사이 전업주부들도 필참 압박에 시달린다. 전업주부들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쉽사리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히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업주부가 바쁠 일이 뭐가 있겠냐는 주변의 시선 때문이다. 학부모 참여활동을 둘러싼 고충은 반복되고 있지만 학교 운영을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면 축소를 바라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급식 도우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먹는 밥은 어떤지 가까이서 감시할 수 있고 교우 관계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워킹맘 김모(38) 씨는 “직장 다니는 부모들이 교육연차를 맘편히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무엇보다 바란다”며 “내 아이가 어떻게 학교생활하는지 궁금한 건 전업주부나 워킹맘이나 똑같지 않겠나. 학교에서 부르는 건 1년에 고작 며칠인데도 그것마저 갈 수 없는 회사 분위기가 나역시 안타깝다. 회사만 바뀌어주면 엄마들 사이의 눈치싸움도 사라질텐데”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