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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하노이] 베트남 공안의 기자취재 “우리나라 어때요?”
-베트남 공안, 미디어센터 찾아 기자에게 ‘취재’
-외교부 차관도 방문, 대베트남 해외언론 반응 촉각


26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 앞을 지키고 있던 베트남 공안들. 해외 관광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헤럴드경제(하노이)=윤현종 기자] “안녕하세요.”

정복차림 남성이 유창한 영어로 불쑥 다가왔다. 흠칫 놀랐다. ‘외국에서 온 기자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표정이 더 밝아진 그는 “나도 한국 가봤는데 참 좋더라”며 은근슬쩍 취재 요청을 했다. 베트남 공안 뉴스(Public security news Vietnam) 소속이라고 밝힌 팜 탄 둥 씨. 그는 베트남 일반시민들이 두려워하는 공안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경찰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안방서 치르고 있는 베트남이 해외 취재진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 차관이 전세계 취재진이 머무는 국제미디어센터(IMC)를 직접 찾아와 즉석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IMC 건물에서 만난 팜 씨는 기자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먼저 “베트남 방문이 처음이냐”고 물은 그는 “우리나라 첫인상이 어떠냐”고 말을 걸었다. 마치 30년 전 한국인들이 생경한 노란머리 외국인을 만나 ‘한국 처음 와보니 어때요?’라며 궁금해 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기자가 “좋은 나라”라고 의례적으로 답했더니 추가 질문이 이어진다. 이 공안은 진짜 기자같았다. 어떤 부분이 좋으냐고 묻는다.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다”고 했다.

팜 씨의 질문공세는 이어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요즘 교통통제가 많고 경비도 삼엄한데 불편하지 않느냐고 했다. 기자는 “불편하지만 당신네 나라는 정부통제가 심한 사회주의 국가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는 베트남에 와서 안좋았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 했다.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했지만 팜 씨는 굴하지(?) 않고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솔직하게 답했다. 아직은 위생ㆍ환경 분야에 미흡한 점이 많은것 같고 특히 공기 질이 매우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한국을 비롯한 해외 취재진들은 하노이의 탁한 외부공기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기자도 24일 하노이에 도착했지만 한번도 해를 보지 못했다. 하루종일 뿌연 안개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다. 오토바이로 도로를 가득 메운 운전자들은 약 90%가 마스크 등으로 얼굴 전체를 감싸고 다닌다.

공안에게 취재당한(?) 기자도 내심 취재 욕심이 생겨 이것저것 물어봤다. 소득은 별로 없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베트남 공안”이라며 잘못 말했다간 자기 신분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그것도 어렵단다.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마침 이날 레 호아 쭝 베트남 외교부 차관도 해외 취재진을 만나러 IMC를 방문했다. 예정엔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해외 기자들을 많이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행보로 읽혔다.

쭝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번 회담과 관련, 원론적인 대답만을 이어갔다. 그는 “베트남은 지속가능한 평화에 기여하고 싶으며, 협력과 대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우린 어떤 나라와도 성장 경험 등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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