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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된 남자’ 여진구, 이성과 감성이 잘 합쳐진 배우
-리메이크로 차별점 만들며 사극 통속 깨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여진구(21)는 참 믿음직스럽다. 그의 중저음 목소리는 신뢰감을 준다. 형식적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말하는 내용도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이성과 감성이 잘 합쳐진 배우 같다.

그는 리메이크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따뜻하고 올곧은 성정을 지닌 ‘광대 하선’과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다가 약물에 중독되고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 ‘폭군 이헌’, 양 극단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1인2역을 이렇게 잘하기도 힘들 것 같다.

“1인2역이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다. 특히 이헌은 해본 적이 없는 역이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됐지만, 다행히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현장에서 연기했다면, 지금과는 조금 더 매력적인 순간이 담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김희원 감독님은 리메이크지만 재창조라고 생각하지 말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감독님이 정형화된 앵글만 잡지 않고 무빙 등 다양하게 촬영하는 것도 좋았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가 리메이크작이면서도 차별점이 있었고 그 차이점을 잘 풀어갔다고 한다. 영화 ‘광해’와는 달리 왕이 죽는 것으로 내용을 차별화시켰지만, 하선과 이헌 역을 통해 이야기의 흡인력을 높였다. 중전도 기존 역할과는 크게 다르다.

여진구에게 ‘왕이 된 남자’는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과분한 칭찬을 받으면서 연기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감독님이 나에게 맡겨주었다. 제가 준비해온 것을 전적으로 믿어주셨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현장에서 부족하거나 과할 때 채워주거나 덜어내는 역할을 감독님이 해줘 저를 성장시켜주었다. 내 연기에 확신을 가지게 되면서 동시에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스스로 파악하게 됐다.”


여진구는 도승지 이규 역을 맡은 김상경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상경 선배님은 연기를 진실되게 하신다. 진심이 아니면 OK를 안한다. 배우 스타일도 분명하고, 현장에서 배역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스태프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상경 선배님에게 배우고 싶다.”

여진구는 중전 유소운 역의 이세영과 로맨스를 그렸다. 둘 다 아역 출신으로, 좋은 케미를 만들어냈다.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했다.

“감독님이 배우에게 많은 걸 맡기다보니 배우들이 더욱 몰입했다. 현장에서 우리끼리 설정도 하고 상황극도 많이 했다. 긴장이 풀리고, 편해졌다. 세영 누나와 나는 어릴 때부터 배우를 해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편안해져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세영 누나를 중전이라고 불러 역할이 더욱 자연스러워 지게 했다.”

여진구는 ‘해를 품은 달’, ‘대립군’ 등 유독 사극을 많이 해왔다. “사극이 주는 장점이 있다. 임금 역할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법, 백성 등 신분의 처절함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장르 제한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주연이 아니라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가 되길 원했다.


여진구는 2010년작 드라마 ‘자이언트’를 촬영했던 14살, 그 때가 연기를 가장 잘 했다고 했다. 이강모(이범수)의 아역을 맡아 연기했을 때 기자도 여진구를 마음속에 '저장'했다. 특히 대전역 앞에서 갖은 고생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연기하던 그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는 그냥 즐겼다.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쉽게 그 인물에 빠질 수 있었다.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더라면서 그 눈빛을 잊지마라고 했다.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그 눈빛을 다시는 못갖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섭섭하기도 하다. 지금은 워낙 감정이 깊어지기도 하고, 표현하려고 한다. 그때는 느껴지는 그대로를 마구 표현했다면 지금은 캐릭터를 연구해 계산적인 연기가 되기도 한다. 변했다는 걸 알고, 변화보다는 성장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여진구의 차기작은 tvN ‘호텔 델루나’다. 호텔리어 역을 맡은 여진구는 “판타지 로코인데 결단력, 프로페셔날, 남성적인 면이 드러날 것 같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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