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월가의 성공한 기업가인 크리스 가드너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휴대용 의료기기 영업사원이었던 크리스 가드너는 매일 성실하게 일하지만 형편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벌이가 적다보니 집세를 밀리기 일쑤고, 세금마저 내지 못해 자동차도 압류 당한다.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아내마저 떠나자 그는 어린 아들과 길거리 생활을 시작한다. 주식 투자회사에 무급 인턴으로 취직해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노숙자 쉼터, 지하철 화장실 등을 전전한다. 비참한 상황에서도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그의 열정과 능력을 알아본 인사 담당자가 그를 정식으로 채용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주인공이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강한 의지와 더불어 능력을 알아보고 기회를 준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주식 중개인 밥 브리지스가 큐브를 단숨에 맞추고, 면접에서 곤란한 질문에 대응하는 크리스의 빠른 두뇌회전을 눈여겨보고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대처할 수 없었던 ‘빈곤’이란 문제를 해결하게 된 계기는 밥 브리지스 같은 조력자의 등장이었다.
현실에서도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로 생활 형편을 개선하기 어려운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흔히 ‘취약계층’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이들은 당장의 위기를 타개할 대출 마련도 어렵고, 대출이 된다 해도 고금리 부담, 연체 등으로 인한 신용도 하락 등의 악순환 고리를 겪기 쉽다. 부실 우려가 앞서는 금융권은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도 않는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시에 타개책을 제안해줄 조력자의 필요는 더 절실해진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던 한 채소가게 사장도 조력자의 중요성을 절감한 경우였다.
채소가게를 운영했던 한 사장은 사업 실패로 3억원이라는 큰 빚을 지게 됐다. 생계를 위해 5일장에서 노점장사를 시작했고 비가 오건, 날이 궂건 따지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언젠가는 빚을 모두 갚고 번듯한 가게를 차리겠다는 일념이 그를 지탱해준 원동력이었다.
10년간 노고를 쏟아 결국 조그만 채소가게를 열었지만 경기 둔화로 인한 매출 하락,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와 공과금 등은 속수무책이었다. 노점으로 힘들게 벌어놓은 돈을 매일 날린다는 무력감까지 엄습했다.
장사 할 채소를 살 여윳돈도 없던 차에 그는 서민금융을 만났다. 은행문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서민금융 상담 후 미소금융을 만났고 운영자금 대출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채소가게 사장님이 그 때 서민금융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소금융을 모른채 지나갔다면, 곳곳에 전단이 나도는 사금융에라도 손을 뻗었다면, 고금리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돌아보면 그가 서민금융 상담을 만났던 그 때가 ‘골든타임’이었다. 필자가 지난 5개월간 47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중 12개 센터를 찾아 직접 상담을 해봤던 14명의 서민들에게서는 흔히 말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의심케할만한 부분이 없었다. 대부분 혼자 힘으로 빚을 갚으려다가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거나, 서민금융지원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라 ‘골든타임’을 놓친 이들이었다.
‘골든타임’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은 어려움에 당면한 이들을 더 큰 시야로 볼 수 있는 조력자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서민금융 지원제도의 역할이다. 지난해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은 약 58만 명에게 7조2000억원 규모로 지원됐다. 서민금융 지원이 필요한 저신용ㆍ저소득층이 지난해 기준 1470만 명이라는 점에서 재기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서민들이 여전히 많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서민금융진흥원은 기회가 필요한 이들과의 접점이었던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ARS 방식에서 상담사 직접 연결 방식으로 바꿨다. 절박한 마음에 서민금융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낯선 기계음을 들으며 서툴게 여러 버튼을 누르는 불편을 겪지 않고, 바로 상세한 상담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자체와 신협, 새마을금고, 자활센터 등과도 협업해 지역밀착형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골든타임’을 잡아줄 조력자가 필요한 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센터를 찾아주길 바란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