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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수능 정책이 사교육비 증가 원인?…고등학생 사교육비 3년간 36%↑
- 학부모 “영어ㆍ수학 학원 다녔다가 수능 망친다…국어도 필수”
- 작년 ‘불국어’ 여파로 때아닌 국어학원ㆍ국어쌤 수요 급증
- 교육계ㆍ시민단체 “대입 불안감…수능 난이도 조정 실패도 한몫 ”

[그래프=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추이]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 ‘국어 학원 좀 추천해주세요.’ 최근 한 온라인 대입 학부모 밴드에 올라온 글이다. ‘불국어’로 악명 높았던 지난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학부모들의 ‘좋은 국어 학원 찾기’가 분주하다. 자녀가 고교 2학년인 서울의 한 학부모는 “대형 학원 강의는 1월 중 선착순으로 등록이 끝났고, 작은 학원이라도 수능 국어 방향을 잡아줄 학원을 찾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추천된 학원은 일주일에 3시간 수업에 학원 수강료만 월 30만원이다.

#. ‘국어 선생님 좀 구해주세요.’ 경기도 수원시의 한 학부모는 최근 온라인 개인교습 사이트를 통해 국어 과외 선생님을 찾고 있지만 지난해 ‘불국어’ 여파로 때아닌 국어쌤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 학부모는 “일주일에 두 번 월 50만원의 국어 과외비에도 선생님 구하기 힘들다”며 “서울이 아니터란 월 55만~60만원 정도는 돼야 선생님을 구할 수 있는데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는 무슨 근거로 작성됐는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불수능 여파로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안한 수험생,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입시가 문제인데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입 정책이 운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등학생의 1인당 월별 사교육비는 2016년 23만6000원에서 2018년 32만1000원으로 36.02%가 증가했다. 이는 통계청에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07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문제는 이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이 교육부의 의도적인 불수능 정책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지난 11년간 사교육비 증가율은 같은기간 물가상승률의 2.5배에 달하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사교육비와 물가상승률의 급격한 차이는 최근 3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며 “교육부가 만점자 방지 정책을 시행, 2016년부터 시작된 킬러문항의 등장이 사교육비 증가의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2019학년도 국어영역에 출제된 고난도 문제. 이 문제로 수험생들로부터 ‘불국어’ 악명을 받게 됐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2015년 ‘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만점자 방지의 기조를 내세웠다.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수능에서 소위 ‘킬러문항’이 등장했다. 이는 불수능 논란과 함께 사교육비의 급증을 가져왔다는게 사걱세의 분석이다.

최근 국어 과외 열풍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어는 수학과 영어에 비해 난이도 변화에 따라 사교육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목이 아니어서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과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킬러문항 등장으로 국어 사교육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5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국어 사교육비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28%, 17%, 30% 증가해 2015년에 1만8000원이던 사교육비가 2018년 3만5000원으로 94% 급증했다. 3년 사이 사교육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교육계 전문가들도 입시 제도의 문제가 사교육 조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사교육이 늘어나는 것은) 대입 제도의 불안정성이 문제”라며 “여전히 모호한 학종과 정시의 비율, 해마다 달라지는 대입 전형, 되풀이되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등이 사교육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전교조 관계자도 “2019학년도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점과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을 고려할 때 올해 사교육비도 폭증이 우려된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 참사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교육 유발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속히 정비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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