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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반차 쓰고 온 맥주 박람회, 수제맥주가 이렇게 많았나요?”
-국내 첫 글로벌 맥주산업 전시회 열어
-KIBEX 2019…7개국 113개 업체 참가
-전세계 맥주 설비ㆍ제품 비즈니스 기회
-국내외 200종의 맥주 만나는 ‘맥덕축제’


[맥주 콘텐츠 기업 비어포스트와 맥주 전시회 전문기획사 GMEG가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KOREA INTERNATIONAL BEER EXPO (KIBEX) 2019)’를 열었다. KIBEX 2019 미국 크래프트 맥주 전시관 모습]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맥주 축제는 많지만 각종 수입사와 몰트사, 장비 업체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박람회는 처음이죠. 여러 브루어리들도 관심을 갖고 나와서 다양한 맥주를 맛보고 교류하는 장이 열렸다고 느껴요.”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 ‘KIBEX 2019’. 이번 전시에 참여한 고릴라브루잉의 김경아 매니저는 들뜬 목소리로 박람회에서 받은 인상을 풀어놓았다. 참가객들과 바이어들의 맥주 시음 및 질문 세례도 이어졌다. 수제맥주는 지역 기반의 개성 있는 로컬 맥주를 지향한다. 부산, 울산, 충주 등 각지에서 온 브루어리 부스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띠고 일명 ‘맥덕(맥주 덕후)’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기며 맥주를 따르던 고릴라브루잉 앤디 그린 대표는 “수제맥주는 이미 미국과 유럽엔 너무 많지만 한국은 그야말로 ‘뉴마켓(New Market)’”이라며 “새로운 시장에서 수제맥주 문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매력이 크다”고 했다. 맥주 종주국 중 하나인 영국 출신인 그에게 수제맥주의 강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문화와 맥주”라고 답했다.

KIBEX 2019는 맥주 생산에서부터 유통, 서비스, 교육에 이르기까지 맥주 산업 전 분야를 망라하는 국내 첫 맥주 전문 국제 산업 전시회다. 맥주 양조장을 운영하거나 수입 맥주를 들여오는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새 브루어리 오픈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 맥주를 좋아하는 일반 참여객들로 지난 22일 찾은 전시장은 활기를 띄었다. 맥주 콘텐츠 기업 비어포스트와 맥주 전시회 전문 기획사 GMEG가 공동 주최한 전시에는 전세계 7개국 113개 업체가 참가했다. 20여개의 국내 브루어리와 각종 수입사, 해외 유수의 맥주 재료ㆍ장비 업체 등이다. 미국 농무부(USDA) 및 양조장 협회의 지원 하에 미국 37개 양조장에서 참여한 미수입 맥주들도 선보였다.
 
[KIBEX 2019에 전시된 맥주 원료통]

[KIBEX 2019 탭룸(TAP ROOM)은 게르츠코리아의 셀프 탭 시스템을 활용해 마치 주유소처럼 자신이 필요한 양만큼의 맥주를 따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도 미국 크래프트 맥주 전시관이었다. 국내에 아직 들여오지 않은 미수입 맥주 수십여종이 ‘수입사를 찾습니다’라는 재치 있는 표지를 앞에 두고 참여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처음 보는 맥주들에 한 시간 반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는 대학생 한정원(24) 씨는 “일상에서는 맥주를 다양하게 접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좋은 맥주를 구매하려 왔다”며 “보틀숍에 가도 구할 수 없는 새로운 맥주를 맛봤고 한국 수제맥주들도 외국에 충분히 견줄만한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게르츠코리아의 셀프 탭 시스템을 활용해 만든 KIBEX 탭 룸(TAP ROOM)은 최근 1~2년새 서울 주요 상권에 속속들이 생겨난 탭하우스를 방불케 했다. 각 브루어리 별 특색 있는 맥주로 마련된 40종의 탭에서는 10㎖당 10~100원대의 요금이 부과되며 마치 주유소처럼 자신이 필요한 양만큼의 맥주를 따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충전 칩을 구매한 관람객들은 저마다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으며 수도꼭지처럼 늘어선 맥주 기계 앞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명희(38) 씨는 이날 반차를 쓰고 남자친구와 함께 KIBEX 2019를 찾았다고 했다. 박람회에 온 이유를 묻자 “맥주가 좋아서”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평소 수제맥주를 좋아해서 직접 만드는 클래스에 참여해보기도 했다”며 “기성 맥주와는 다른 독특한 개성이 좋다”고 웃어 보였다.

[KIBEX 2019에 총 40종의 수제맥주로 마련된 탭룸에서 한 참여객이 취향에 맞는 맥주를 따라 마시고 있다]

실제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매년 30~40%씩 성장 중이다. 2012년 7억원대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원대로 급증했다. 전국 수제맥주 양조장은 100개를 넘어섰으며 수입 맥주 점유율은 20%에 달한다. 미국 맥주 수입국 4위로 한국이 오를 정도다. 오는 4월 예정된 주세법 개정도 국내 맥주 시장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산업을 확대할 기회로 기대되고 있다. KIBEX 조직위원회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맥주 및 음료 산업 전시회인 독일 브라우바비알레와 공동 마케팅 협약을 맺고, KIBEX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맥주 산업 박람회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인기 비어포스트 대표는 “KIBEX는 맥주 산업 생태계를 한 데 모아 교류하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라며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총 1만여명의 참여객이 다녀간 만큼 앞으로 맥주 시장의 파이가 커지며 다양하고 품질 높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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