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러 영토분쟁과 맞물린 문제, 정부 ‘대사초치’로 변화 기대 어려워”
26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신청한 초등학교 5학년용 사회교과서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 등이 담겨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우리 정부가 지난 26일 일본 정부가 공개한 초등 교과서 검정결과를 두고 강력히 항의했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0년도 넘은 이전부터 진행돼 온 프로젝트인데다, 해양영토를 두고 중국ㆍ러시아 등과 대치하고 있는 ‘전략적 맥락’에서 나온 행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27일 “(교과서 문제에 대한)일본 정부 입장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 전 대사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 문제는 2008년 한국 이명박 정부시절 초기부터 시작됐다”며 “고등학교 교과서부터 시작해 중등-초등의 ‘역순’으로 실시해 내려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왜곡해) 검정하고 몇년 간격을 둔 뒤 중학교 교과서를 조치한다. 그 뒤에 초등학교 순서로 되풀이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조치가 이번들어 처음 나온 내용이 아니며 일종의 장기 프로젝라는 것이다.
실제 일본은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며 한일 간 독도의 ‘주장’ 차이와 관련한 이해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는 등 교실판 ‘영토 도발’을 본격화했다. 이후 매년 공개된 교과서 검정 결과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술한 교과서가 늘었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출범 후 이러한 ‘간접적인’ 영토 도발은 더욱 노골화했다는 평가다.
일본은 2014년 근현대사와 관련,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도록 하는 교과서 검정기준을 개정했다. 같은 해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명시했다. 또 2016년 검정을 통과한 고교 저학년 사회 교과서는 35종 중 27종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들어갔다. 문부과학성은 2017년 3월 독도에 대해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한 초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을 확정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도 영유권 주장을 넣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교학습지도요령을 개정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의무화 시기를 2022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는 이행조치까지 공고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행보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해양 영토문제를 사실상 일본 시민에게 ‘의식화’하려는 전략적 맥락이 숨어 있다는 평가다. 현재 일본은 러시아와 쿠릴열도 등 소위 ‘북방 4개도서’를 두고 교섭 중이다.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 문제로 군사적 긴장까지 치닫는 등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신 전 대사는 “일본의 경우 한국 뿐 아니라 중국ㆍ러시아와도 영토 분쟁이 있다”며 “여기에 한국과의 대립이 합쳐지면 일종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영토는 주권을 다투는 문제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뿐 아니라 여타 주변국과도 영토문제가 제기될 경우 민족감정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미다.
신 전 대사는 “우리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거나 항의하는 정도로 일본 측이 바뀌길 기대하는 것은 참 어렵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26일 발표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이번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그릇된 역사인식에 기반한 잘못된 영토관념을 주입함으로써 한ㆍ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임을 일본 정부는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어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며, 일본 정부는 역사의 교훈을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세대의 교육에 있어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같은 날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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