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토론ㆍ공청회로 협의도출 시도
시민단체, 개인 정보보호 후퇴 우려
정부, 신평정보 수집은 사생활 침해와 거리 멀어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과거 기준으로만 현재를 재단하면 우리의 미래는 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요?”
시민단체가 최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공동주최한 신용정보법(신정법) 개정안 토론회장. 금융당국 대표로 나온 이한진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의 목소리는 상기됐다. 세 차례의 끝장토론에서 도출된 시민단체와 합의, 여러 공청회를 했음에도 정보유출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금융산업의 새지평을 열 것으로 평가받는 신정법 개정안의 최종 관문은 이렇듯 시민단체의 반발이다. 다음달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상정을 앞뒀지만,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개정안엔 가명정보를 중심으로 한 빅데이터 활성화, 금융정보의 주권을 소비자에 돌려주는 마이데이터(MyData) 산업 출현, 금융이력이 부족한 계층을 위한 대안적 신용평가회사(CB) 도입을 가능케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지점은 이런 신산업을 허용하면 정보보호ㆍ프라이버시 침해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보라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변호사는 “데이터경제 조성이라는 큰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몇몇 조항들 때문에 신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의 개인정보보호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신용정보평가를 위한 정보수집인 만큼 표현의 자유나 사생활 침해와는 거리가 멀고, 전통적으로 정보보호를 중시해온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규제(GDPR)를 충실히 반영해 각종 보호장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정법 개정안은 시민단체들과 도출한 제3차 해커톤 합의를 바탕으로 유럽연합 GDPR이라는 국제적인 정보보호 컨센서스를 충실히 담은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종 간 데이터 결합 우려와 관련해선 “데이터 경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의 한 대형 손해보험회사가 개인의 운전습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해주는 상품을 내놨는데, 이같은 소비자 편익은 자동차회사와 보험회사의 데이터 결합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사회적 논의ㆍ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금융위 측은 고개를 젓는다. 이미 세 차례의 해커톤회의는 물론 지난 해 내내 정책을 단계적으로 발표하고, 수차례 간담회를 갖는 등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핀테크 혁신의 골든타임이 지나버릴까 우려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신정법 개정안 입법공청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빅데이터 혜택에서 개인들이 소외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기술은 막연한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것에 사로잡혀 당면한 급박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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