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AI, 금융범죄집단과 싸움서 ‘게임체인저’ 될 것”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위험을 자동 분석해 경고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개발됐다. 통화 음성을 문자(텍스트)로 바꿔 분석해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의심되면 사용자에게 알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방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9일 “AI 기술이 금융범죄 집단과의 싸움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보이스피싱 방지 AI 앱ㆍ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개발’ 완료를 알리고 공개 시연행사를 열었다.
보이스피싱 방지 AI 앱의 작동과정은 ▷연락처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 전화 수신 시 앱 자동 활성화 ▷통화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해 분석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60% 넘는 것으로 판단되면 진동 등으로 주의 알림 ▷가능성이 80% 넘어가면 ‘보이스피싱 의심 경고’ 음성 전달(수신자에게만) 등이다.
금감원이 IBK기업은행,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공동개발했다. 앱은 기업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지난주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일주일 만에 250여 건의 보이스피싱 전화가 탐지돼 위험을 알렸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금감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통화를 적용해 실험한 결과 94% 가량이 위험 대상으로 감지됐다”며 “AI가 스스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하는 만큼 실제 범죄 사례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앱은 더 정교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앱의 기능을 개선ㆍ보완해 오는 7월께 전 국민에게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날 KB국민은행ㆍ아마존과 공동개발한 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도 선보였다. 각종 피싱 문자(스미싱)의 텍스트를 분석해 사기 문자 메시지일 가능성을 사용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알고리즘은 후후앤컴퍼니 등 IT보안기업 3곳에 전달됐고, 다른 IT기업에도 무상제공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해당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휴대폰 앱들이 개발ㆍ보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시연행사에 참석해 “보이스피싱 등은 사기범들의 본거지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거나 피해 구제가 쉽지 않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사기 기법이 계속 지능화할 것이기에 이제 AI 기술활용 방식을 통해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이번 알고리즘 제공을 계기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기업과 협업이 확대돼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 제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보이스피싱 방지 AI앱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보이스피싱ㆍ대출사기문자의 최신 사례를 금융회사와 IT기업에 지속 제공해 앱과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AI에 기반한 추가적인 앱 개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