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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군소령 청와대 돌진 사건의 재구성
-3일 17시, 22시 두 차례 청와대 찾아

-진입시도 제지하자 빠른 속도로 돌파

-순찰차가 쫓고 ‘델타’ 상승시켜 제압

-순찰차 탑승 순경, 부상당해 병원이송



경찰과 청와대 경비대원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김수한 기자] 현역 육군 소령이 승용차를 몰고 청와대 춘추관으로 돌진하는 사건이 3일 밤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4일 육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육군 소령 A씨는 BMW 승용차를 몰고 청와대 춘추관으로 들어가려다 차단장치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청와대를 경호하는 101경비단은 현장에서 A씨를 검거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종로경찰서로 인계했다.

사건은 즉흥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소령은 3일 오후 5시 10분께 최초로 청와대 진입을 염두에 둔 행적을 보였다. 차량을 몰고 나타난 그는 청와대 인근 팔판교통초소에서 ‘연풍문에 회의가 있어 왔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101경비단은 A 소령을 아버지에 인계해 귀가 조치했다.

연풍문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2월 40년 가량 된 옛 북악안내실을 헐고 지은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청와대 내방객을 위한 시설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외부 인사들을 밖에서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연풍문 회의실에서 만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려 ‘연풍문 회의’가 일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풍문이 회의 장소로 사용된다는 사실은 2009년 청와대 박모 행정관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임원을 청와대 연풍문으로 불러 코디마(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를 위해 거액의 기금을 출연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흑, 즉 ‘코디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박 행정관 업무 책임자인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코디마 스캔들 의혹을 부인하면서 연풍문에서 회의가 자주 열린다고 밝힌 것이다.

귀가 조치된 A 소령은 5시간여 후인 10시 35분께 다시 차량을 몰고 청와대 인근에 나타났다. A 소령이 공관교통초소로 진입하려 하자 근무자가 차단에 나섰고, A소령이 이를 피해 질주해 순찰차가 뒤를 쫓는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청와대 춘추관 앞에 당도한 A 소령이 무단으로 진입하려 하자 101경비단 근무자가 도로 밑에 설치된 제동장치(델타)를 상승시켜 차량을 제지했다. 뒤를 쫓던 순찰차도 델타와 충돌했다.

A 소령 차량의 앞 타이어, 순찰차 범퍼 등이 파손됐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순경이 목과 가슴에 타박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소령도 가슴과 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 중 신분이 현역 군인으로 확인되자 이날 오전 4시 30분께 헌병대에 A씨를 넘겼다.

오는 6월 전역을 앞둔 A 소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현재 강원도 원주 소재 36사단에 근무 중이며, 헌병 병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A씨는 전역 예정자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군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힘들어 정확한 동기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범행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육군 측은 A 소령의 정신질환 여부에 대해 “개인적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이 제한된다”며 “A 소령은 전역을 앞두고 전역 후 취업을 위한 교육을 수강하는 등 전역을 준비 중이었다”고 밝혔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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